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공복 김선생] 불닭맛 싸만코? ‘단짠’ 가고 ‘맵단’이 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운맛·단맛 조합 왜 인기?

조선일보

빙그레 '멘붕어싸만코'(왼쪽)와 롯데제과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빙그레·롯데제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만우절 장난인가’ 했습니다. 아이스크림에 불닭 소스를 넣었다니.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로 제품이 출시됐더라고요. 빙그레가 지난 1일 ‘멘뭉어싸만코’를 내놨습니다. 기존 ‘붕어싸만코’에 매운 불닭 소스를 첨가했습니다. 빙그레 관계자는 “만우절을 맞아 즐거움을 주는 이색 제품으로 기획했다”고 했습니다.

알아보니 아이스크림에 매운맛을 첨가한 곳은 빙그레뿐이 아니었습니다. 롯데제과는 빙그레보다 앞서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를 지난달 선보였습니다. 청양고추보다 더 매운 멕시코 할리피뇨 고추 성분이 들어간 주황색 떡 안에 크림 체더치즈 아이스크림을 넣고 다시 그 속에 매운맛 칩과 쿠키를 넣어 치즈떡볶이 맛을 구현했습니다. 두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은 “매운맛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의외로 어울린다” “떡볶이 등 매운 음식 먹고 난 뒤 아이스크림 먹은 기분”이라며 재밌다는 반응입니다.

식품·외식 업계 맛 트렌드로 매운맛과 단맛의 조합인 ‘맵단’이 떠올랐습니다. 교촌치킨은 대표 메뉴인 레드 시리즈와 허니 시리즈를 조합한 ‘교촌레허(레드+허니) 반반순살’을 출시했습니다. 맵단이 화제가 되면서 청양고추로 매운맛을 낸 레드와 국내산 아카시아 벌꿀을 넣어 달콤한 허니, 이들 둘로 구성한 반반 메뉴에 대한 요청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미스터피자는 피자와 떡볶이를 조합한 ‘미피 복희세트’를 출시했습니다. 이 밖에도 피자알볼로 ‘떡볶이맛 전주불백피자’, KFC ‘갓양념블랙라벨치킨’, 자담치킨 ‘맵슐랭 순살치킨’ 등 많은 식품·외식업체들이 기존 매운 메뉴에 단맛을 더하거나 매운 메뉴와 단 메뉴를 반씩 조합하는 방식으로 맵단 유행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맵단이 왜 인기일까. “코로나로 집 안에 박혀 지내는 ‘집콕’ 시간이 길어지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맵고 단 음식으로 해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매운맛이 유행할 때마다 나왔던, 너무 뻔하고 진부한 해석입니다.

지금 왜 하필 맵고 단 맛의 조합이 트렌드로 떠올랐을까요. 음식 전문가들에게 물으니 “맵단이 원래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맛 조합”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음식 평론가 강지영씨는 “떡볶이, 제육볶음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은 대부분 매운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들”이라며 “가장 좋아하는 맛 조합이 ‘맵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왔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매운맛, 단맛, 짠맛, 감칠맛이라는 4가지 맛이 조화를 이룬 음식이 인기를 얻는다는 기본 공식은 같다”며 “이 중에서 어떤 맛이 살짝 더 강조되느냐에 따라 ‘맵단’이 되기도 하고 최근까지 유행한 ‘단짠(달고 짭짤한)’이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가지 맛 조합이 어느 정도 유행하고 나면 지겨워지게 마련이고, 그러면 다시 살짝 새롭게 조합해서 다시 관심을 끌며 유행하는 패턴은 변함없이 반복된다는 설명입니다.

‘멘붕어싸만코’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 ‘교촌레허 반반순살' 등 맵단 메뉴는 새로운 제품이 아닌, 기존 제품에 변화를 ‘스핀오프(spin-off)’류가 대부분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다른 신제품으로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며 “기존 제품을 충격적이면서 화제가 될 만하게 새로운 맛으로 내놓아 소셜네트워크(SNS)에서 관심 받는 게 훨씬 안전하면서도 오리지널 제품을 각인하는 홍보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