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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웅녀처럼 동굴에서 쑥마카롱을? 이색 카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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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카페의 진화, 어디까지?

조선일보

버튼을 누르자 벽인 줄 알았던 동굴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동굴처럼 만든 서울 인사동 '웅녀의 신전'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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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녀가 동굴에서 쑥을 먹고 사람이 된 단군 신화를 콘셉트로 만든 카페 '웅녀의 신전' 천장에 쑥다발이 걸려 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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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진화는 계속된다. 요즘 대세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독특한 콘셉트와 공간이 특징. 자기만의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았다. 단군 신화 등 역사를 소환하고 거북선과 성당, 기차를 닮은 공간까지 카페 투어 리스트를 업그레이드할 때다.

버튼을 누르자 벽인 줄 알았던 문이 스르륵 열린다. 좁은 입구를 지나 마주한 어두컴컴한 동굴 속. 천장엔 쑥다발이 주렁주렁 걸렸다.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견디며 사람이 된 곰. 이름하여 웅녀의 신전이다. 올해 1월 서울 인사동에 문을 연 단군 신화를 테마로 한 카페다. 독특한 분위기로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핫’하다.

동굴처럼 만든 카페는 입구부터 안쪽 미디어아트 존까지 신비로운 분위기가 넘친다. 잊고 있던 단군 신화를 떠올리며 쑥크림차나 쑥마카롱 등 쑥으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를 맛보고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테마파크에 온 듯 특별한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카페를 찾은 김현우(27)씨는 “‘열려라, 참깨!’를 외쳐야 할 것 같은 특이한 입구와 작지만 실제처럼 리얼한 동굴, 소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콘셉트라 신기하고도 재미있다”고 했다. 웅녀의 신전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개똥쑥’ 라인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콘셉트 매장이지만 제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공간을 체험하며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울 송파동 석촌호수와 송파나루역을 잇는 송리단길엔 카페 충무공이 있다. 이순신 장군을 뜻하는 충무공이란 현판 아래 거북선 모양의 커피바가 위풍당당하게 들어서 있다. 바닥에 파도 느낌의 푸른 조명을 비춰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거북선에 올라탄 기분. 거북선 모양 커피바에서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의 종류마저 충무공, 거북선, 한산도대첩, 백의종군 등으로 비장하다. 청자 머그잔에 담긴 커피와 달콤한 타르트가 제법 잘 어울린다. 임진왜란 관련 3대 병풍으로 꼽히는 ‘정왜기공도병’과 ‘필사즉생(必死生) 필생즉사(必生死)’등 벽에 걸린 액자와 ‘난중일기'가 꽂힌 책장도 재미있다. 시공을 되돌린 듯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모금, 타르트 한 조각 맛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성수동 카페 페이버는 기차 한 칸을 지상에 그대로 옮겨놨다. 한쪽 벽을 채운 스크린은 마치 달리는 기차를 탄 채 흘러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콘셉트로 고비 사막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시간 따라 변하는 풍경과 색감에 지루할 틈이 없다. 해외에서 기차 타고 여행하던 추억이 되살아나는 기분. 커피 한잔에 아쉬움을 달래거나 기차 여행 하는 느낌이 나도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마음이 경건해지는 카페도 있다. 성당을 콘셉트로 만든 서울 진관동 YM에스프레소룸. 아파트 1층 상가에 위치한 카페일 뿐인데, 해외여행을 하다 들른 성당의 이국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의자나 스테인드글라스, 웅장한 음악과 조명 등 예배당 분위기 물씬 나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커피와 디저트를 즐긴다. 기하학적 무늬의 창틈으로 쏟아지는 햇살도 좋다.

성신여대 앞 우유협동조합은 우유갑 모양의 외관으로 유명하다. 거대한 우유갑 안에선 딸기우유, 초코우유, 커피우유, 블루베리우유, 쑥우유 등 다양한 저당 우유를 포장 판매한다. 개당 250원에 판매하는 국화빵이 별미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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