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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작은 씨앗 한 알 적도에"...첫 시집 낸 78세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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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우재 무궁화유통그룹 회장


[인사이드아웃] 태양이 이글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연 매출 5000만달러의 회사를 키운 김우재 무궁화유통그룹 회장(78)이 첫 번째 시집을 냈다. 시집 '무궁화꽃 피고'엔 지난 세월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그의 삶의 궤적이 묻어나있다.

시집 제목 '무궁화'는 그의 회사 이름이며, 조국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시집엔 "반평생. 적도의 나라에서 청춘을 몽땅 바치고. 갖은 풍파 이겨내니. 작은 겨자 씨앗 한 알이 적도에. 뿌리 내려 무성한 나무가 되었네.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다네"란 대목도 나온다.

그는 2019년 월간 문학바탕에 시를 발표해 신인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최근 김우재 회장은 "제2의 고향 인도네시아에서의 애환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 시집을 내게 됐다"며 "1977년 해외사업 개척의 꿈을 펼치기 위해 용기를 냈던 30대 젊은이가 인도네시아에서 무모한 도전으로 겪었던 벌목사업의 좌절에서부터 무궁화유통 창업, 차세대 육성, 인도네시아 국회 상원의장 개인고문 역할 등 내 모든 삶이 시집에 담겨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사업 외에는 문외한인 나에게 시는 가장 진실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영혼의 소리이며 신앙"이라며 "내 삶의 기록들과 지독한 삶의 가슴앓이를 구슬 엮듯 진주목걸이로 엮으려고 애를 써보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우재 무궁화유통그룹 회장


김 회장은 1977년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무궁화유통을 굴지의 식품유통회사로 키웠다. 1980년대 초 약 23㎡(7평) 남짓한 상점에서 출발한 무궁화유통은 인도네시아 1호 한인마트다. 무궁화유통은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다르마왕사, 탕그랑, 반둥, 발리 등 15개가 넘는 직영점포을 갖고 있으며, 4000여 개 현지 유통매장에 한국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 무역회사 코인부미와 부미관광, 건설회사 프리마무다, 부동산개발업체 부미인다 등도 설립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착 초기엔 칼리만탄 타라칸 지역에서 원목개발사업을 했다. 그런데 현지 정부의 원목금수조치로 원목사업은 좌초했다. 이후 식품업에 도전했다. 1981년 가내수공업 형태로 김치제조업을 시작했다. 대림건설의 두마이 석유정제시설 건설 현장에 식료품 등을 공급하면서 사업 기반을 닦았다. 1998년 인도네시아 폭동 때는 군병력을 지원받아 버스편으로 교민들을 공항까지 실어 날랐고, 한인회에 비상식량을 전달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15일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원희룡 제주지사, 박태성 주인도네이사 한국대사, 권평오 코트라 사장, 하용화 월드옥타 회장 등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44년간 해외사업을 개척하며 모국의 경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선 김우재 회장은 한국·인도네이사 경제협력에 앞장서 왔다"며 "사업 성공에 이어 문학을 통해 재외동포의 롤모델을 보여준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17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옥타 명예회장이다. 장남 김종헌 무궁화유통 대표는 월드옥타 자카르타 지회장이다. 김종헌 대표는 젊은 한상들의 모임인 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YBLN) 회원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12·13·14차 세계한상대회 공동대회장도 맡았으며, 한상 리딩CEO 멤버다. 리딩CEO는 자본금 300만달러 이상, 연매출 3000만달러 이상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상 네트워크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김 회장은 1984년부터 인도네시아 탕그랑 한센인 마을을 후원하고, 어린이 심장병 수술도 지원했다. 나시오날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한인 빈곤층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선 독거노인과 다문화가정, 농아학교에 쌀과 연탄을 후원하고 있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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