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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베를린시 임대료 동결’ 위헌에 “연방정부 대책 내놔라” 요구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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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헌재 “임대료 입법권 연방정부에 있다”

지난해 시행된 베를린시 임대료 동결 무효화

1만여명 “정부가 인상 막아라” 항의 시위

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 주요 쟁점 될 듯


한겨레

지난 15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베를린 시정부의 주택 임대료 동결 조처에 대해 “임대료 입법 권한은 연방정부에 있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뒤 베를린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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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지난 15일 베를린 시정부의 ‘주택 임대료 동결’ 조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뒤 ‘후폭풍’이 거세다. ‘임대료 입법 권한은 연방정부에 있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한편, 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도 주택 임대료 정책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 15일 “연방정부가 임대료 상한제에 관한 법률을 이미 제정했으므로, 지방정부는 이에 관한 법률을 다시 제정할 권한이 없다”며 베를린시의 주택 임대료 동결 조처를 무효화했다. 사민당·좌파당·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 베를린 시정부는 2019년 10월22일 주택 임대료 동결을 담은 ‘베를린시 주택 임대료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2015년 연방정부가 제정한 임대료 상한제(임차인이 바뀔 경우 기존 임대료에서 10% 이상 인상 금지) 이후에도, 치솟는 임대료를 잡는 데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베를린에서는 이례적으로 격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베를린 세입자 협회가 “미친 집세에 맞서자”며 주최한 시위에는 1만여명이 참여해 “주에서 월세 인상을 막을 수 없다면 연방에서 막으라”고 촉구했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 13명이 다치고, 시민 48명이 연행됐다.

주택 임대료 동결 문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을 정할 9월 총선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 소속 연방의회 의원인 메히트힐트 라베르트는 “우리는 독일 전체에 유효한 헌법에 맞는 임금 동결안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녹색당 의원 크리스 퀸도 “우리 당은 임대료 정책을 9월 총선의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고 일간 <타츠>가 보도했다.

사민-좌파-녹색당 연합이 임대료 상한제를 이슈화하려 하지만, 집권 기민-기사당을 중심으로 야권을 향한 ‘책임 공방’도 만만찮다. 사민-좌파-녹색당이 졸속으로 추진한 임대료 동결 조처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세입자들이 지난 1년간 인하받았던 집세까지 모두 물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비판이다. 임대료 동결로 집세를 절감한 베를린 세입자는 34만명으로 추정된다. 일부 대형 주택회사가 차액 상환 요구를 자제하겠다고 밝혔으나, 4만여명 정도는 차액 상환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를린 시정부가 이를 지원하게 될 경우, 기존 예산에서 800만유로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일간 <디 벨트>가 전했다.

기민당 베를린 지역 대표 카이 베그너는 이 정책을 추진한 사민-좌파-녹색당을 향해 “수많은 베를린 세입자들의 피해에 대해 최소한 사퇴 등 인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에 등장한 “우리는 기민당을 원하지 않는다”는 구호처럼 많은 시민들은 살인적인 집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는 집권 여당과 사유재산권만을 주장하는 자유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훨씬 더 큰 상황이다. 대형 부동산 회사들의 주택을 몰수해 공공주택화하자는 운동을 전개하는 ‘도이체 보넨’은 위헌 판결 직후 인터넷에서 ‘세입자 운동’ 검색 건수가 4배 넘게 늘었다고 전했다.

<디 차이트>는 “이번 판결은 (임대료 제한이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연방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난 10년 새 베를린 집값은 2~3배가 뛰었다. 9월 선거 전까지 연방정부가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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