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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리뷰]경비원 아저씨도 봤으면…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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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2021.04.19. (사진 = 무브온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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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거실 한 가운데, 횟집에서 볼 만한 큰 수조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안에는 하얀 메리야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딴, 치매를 앓는 어머니는 수조를 침대 삼아 그 위에 누웠다.

수조는 부친 김씨가 운영하던 횟집이 망한 뒤 가져온 것이다. 김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실직한 이후 횟집부터 정육점, 슈퍼, 찜닭집, 치킨집까지 온갖 종류의 가게를 열었지만 전부 폭삭 망했다.

그는 현재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며 갖은 갑질에 시달린다. 고급차 세차는 물론 가족수가 부족한 집안의 제삿날에 식구 대행 서비스까지, 온갖 잡일을 도맡는다.

극작가 윤미현의 신작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는 국가적 재난에 휩쓸린 뒤에, 계속해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이들의 일상을 톺아본다.

힘껏 헤엄쳐야만, 간신히 삶의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서민들의 삶이다. 콜라텍에서 뼈빠지게 일하다 치매마저 얻게 된 엄마는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오히려 소녀 시절로 '역주행'한다.

어두운 이야기로 점철됐지만, 풍자와 위트를 주무기로 삼는 윤 작가의 작품답게 분위기가 침잠하지는 않는다.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블랙코미디 손길로 풀어낸 현대적 병폐는 가볍지 않지만 숨 쉴 틈을 마련해준다.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풍자한 노래가 음악극처럼 삽입돼 극을 환기한다. 오페라 '빨간 바지' 등에서 윤 작가와 협업한 나실인 작곡가가 멜로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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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2021.04.19. (사진 = 무브온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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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으로부터 출발한 내밀한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묘사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대의 이야기가 된다. 윤 작가의 미덕은 적당한 거리로 대상을 사려 깊게 바라보게 만드는 데 있다. 이번엔 처음으로 연출까지 맡아 자신의 인장을 더 분명하게 새겼다.

시를 공부한 문학도답게, 과거를 오가는 시간 구성을 구체적인 설정으로 명시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오가는 점도 인상적이다. 국립극단에서 윤 작가의 전작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등의 프로덕션을 거친 정명주 전 국립극단 작품 개발실장이 드라마터그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막바지에 치매를 앓던 엄마에겐 숨겨진 반전이 있다. 휴식과 연관돼 있다. 평생 노동에 시달린 이들을 위한 윤 작가의 안식적 차원의 배려로 읽힌다. 오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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