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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죽든 살든 인공지능"…엔비디아, 세계 반도체 판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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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인더스트리 리뷰 ◆

매일경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CPU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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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에 올인했습니다."(젠슨 황 엔비디아 CEO, 2018년 3월 자사 이벤트에서)

컴퓨터에 들어가는 그래픽카드 기술회사로 알려져 있는 엔비디아는 7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존재감이 큰 곳이 아니었다. 엔지니어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 갔다기보다는 다른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입사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1999년 1월 상장한 이후 주가는 2007년 한창 경기가 좋았을 때 30달러를 넘었으나, 경제 거품이 붕괴한 이후 2015년까지 20달러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이 회사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채굴에 엔비디아 그래픽카드가 활용되면서 급격하게 돈을 벌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실리콘밸리에 큰 사옥도 짓고 엔지니어들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며 인재들을 모았다. 그리고 2018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엔비디아는 무서울 정도로 AI에 투자했다. AI 처리를 위해서는 반도체들이 밀집된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인데, 그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9년 3월 69억달러에 네트워크 회사 멜라녹스를 인수했다. 더욱 안정적이고 전력 소모를 낮출 수 있는 AI 처리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2020년 9월에는 400억달러에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했다.

아무리 엔비디아가 50% 넘는 마진율을 기록하면서 성장하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갖고 있는 현금을 감안하면 무리한 인수·합병(M&A)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2020년 엔비디아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이 137억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젠슨 황 CEO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각종 AI 기술 개발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뿐만 아니라 학술적 리서치도 가동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 있는 하드웨어 기업 중에서 학술적 목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직은 엔비디아 외에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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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이 시작된 지 4~5년 만인 2021년 4월 12일. 엔비디아는 자사 기술이벤트(GTC)를 열고 무려 16개의 AI 관련 기술을 발표했다. 가장 사람들 눈길을 끈 것은 '그레이스(Grace)'라는 이름의 중앙처리장치(CPU). 지난해 인수한 ARM 기술이 들어갈 예정인 이 CPU는 자연어 처리, 추천 시스템 등과 같은 AI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형태로 설계되고 있다. 2025년까지 연평균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시장이 그레이스의 주된 공격 목표다. 지난해 ARM 인수 이후 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반도체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이 밖에도 하드웨어 쪽으로는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블루필드3', AI 처리를 위한 컴퓨터 'DGX스테이션', 기업용 AI 컴퓨터 인증 시스템 'EGX', 사물인터넷(IoT) 등과 AI를 바로 연결시키는 'AI-on-5G' 등과 같은 제품들을 이번에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개발해온 AI 소프트웨어도 대거 발표했다. 수년간 개발해온 AI 음성비서 '자비스'를 상용화했다. 문서 요약, 이메일 문구 완성, 퀴즈 채점, 실시간 스포츠 해설 등을 생성할 수 있는 AI 설계 구조인 '트랜스포머'를 훈련시키는 프레임워크 '메가트론'도 발표했다. AI가 통합된 메타버스 솔루션인 '옴니버스', 신약 개발을 위한 AI 라이브러리 '클라라'도 선보였다.

이처럼 대규모 AI 솔루션을 발표한 엔비디아 행보는 'AI 시대가 온다'는 젠슨 황 CEO의 확고한 미래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픽카드용 반도체에서 시작한 엔비디아는 AI 시대를 맞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판도를 뒤집으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AI 관련 기술을 발표한 지난 12일 경쟁 회사인 인텔과 AMD 주가가 각각 4.2%, 5.1% 떨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이날 하루 동안 엔비디아 주가는 6%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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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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