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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8만원 덫에 걸린 삼성전자…10만원 돌파 열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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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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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3개월째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13일 9만원선 밑으로 내려온 뒤 100일 가까이 '8만전자'에 묶여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깜짝 실적'을 냈다.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D램(DRAM) 가격이 오르고,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대한 보유 범위 확대를 결정하는 등 호재가 이어졌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횡보세를 보였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9840억원과 13조992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6%, 1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의 실적 흐름은 지속적으로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23개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10만7000원으로 3개월 전(8만8000원)보다 상승했다. 최근 1개월 새 목표주가를 내놓은 증권사 18곳 중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10만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실적 전망도 좋고 증권사들도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주가가 꿈쩍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 전문가들은 조정장에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열 가지 호재가 있어도 한 가지 악재가 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박스권에 갇히니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우리 증시를 대변하는 상징성이 있는데 연초 이후 전반적인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코스피와 삼성전자 주가가 연동되어 박스권에 갇힌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달라진 유동성의 힘도 삼성전자 주가를 억누르는 이유로 꼽힌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삼성전자 주가 급등의 배경은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되는 동시에 하반기 이후 유동성이 급증했던 데 있다"며 "올해도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3000억원과 16조5000억원으로 1분기(9조30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실적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유동성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주가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 개선에 따른 상방 요인과 유동성 증가세 둔화에 따른 하방 요인이 합쳐져 주가가 횡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칩(부품) 공급 부족 사태 등 반도체 대란도 삼성전자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 실적이 견조하게 유지되려면 핵심 부품 공급이 필수적인데, 이미 완성차 등 다른 업종의 완제품·OEM 분야에서 칩 공급 부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칩 공급 부족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 횡보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파운드리 부족 현상을 꼽을 수 있다"며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스마트폰, PC 생산 차질은 곧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대란'은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영건 선임연구위원은 그 시점을 올 3분기 정도로 꼽고 있다. 그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라 2분기 영업이익은 11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9조3000억원) 대비 2조원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와 동시에 2분기에 파운드리 공급 부족 우려도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후 주식시장에 선반영된 우려가 해소되면서 3분기 이후 목표주가 10만원을 달성할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지산 센터장도 "실적 모멘텀이 뚜렷한 만큼 2분기 이후 국내 경기 개선 흐름과 함께 삼성전자 주가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면서도 "2분기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실적 모멘텀이 더 빨리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유동성 장세가 다시 한번 펼쳐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송명섭 연구원은 "2분기 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지원금이 또 한 번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글로벌 유동성 요인에 따른 주가 상승세를 노려볼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삼성전자가 '넛크래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부각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패권주의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내 투자에 영향을 주는 정도이겠지만 중국의 반도체 패권주의는 직접적인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욱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으로 삼성전자는 EUV와 에칭기술 등 차별화를 통해 선도업체로서의 위치를 지켜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년 이후 반도체 업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다. 송명섭 연구원은 "코로나19로 투자가 감소해 올해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지만 내년에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반도체 수요와 투자 규모를 잘 살핀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철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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