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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 정세균 "윤석열, 與엔 가장쉬운 상대…대선 최대 변수는 경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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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① / 정세균 前 총리 ◆

매일경제

정세균 전 국무총리. [한주형 기자]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일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 중 "가장 쉬운 상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20일 서울 종로구 개인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현재 야권 잠룡들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 전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검찰은 중립성이 생명인데, 선거에 나오면 그것이 부정되는 것 아니냐"면서 윤 전 총장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또 "대통령은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경륜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의 경험 부족을 에둘러 표현했다.

정 전 총리는 내년 대선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총선이 코로나19 방역 수혜를 봤다면, 내년 대선에서는 백신 접종 이후 경제 회복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면은 대통령 소관이기 때문에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국민들 관심이 있으니 당연히 사면권자도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재임 기간 중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부동산 문제라며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등 요즘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원래 지난해 당정청에서 거론됐던 것들"이라며 "1가구 1주택자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다음달 초 전당대회 직후 대선 출정식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다음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예경 기자 / 문재용 기자]

"총리출신 대선必敗?…징크스 신경 안 써, 기록은 깨라고 있는것"


차기 대권 겨냥한 정세균 前국무총리

재보선 패배는 국민의 회초리
세 번 밀어줬는데 기대 못 미쳐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지만
내 정치는 투쟁·도전의 연속

주택은 투기나 투자대상 아냐
집으로 돈벌 생각은 버려야

이재용 사면, 여론 경청할 것

대담 = 채수환 정치부장

매일경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청진공원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총리 시절 회고와 함께 정국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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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22년 3월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를 시작한 지 25년 만이자 정치 인생을 건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신사'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정 전 총리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여야 잠룡 가운데 지지율도 아직은 미미하다. 정 전 총리의 직전 지역구였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면서 포부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총리 퇴임 후 첫 행보로 DJ(김대중) 사저를 방문했는데.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김대중 총재께서 발탁해 줘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동교동에 계시다가 일산에 사저를 짓고 이사를 갔는데 거기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 전후에 그 사저에서 김 전 대통령을 뵀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총리직을 마치고 나오면서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정치에 입문할 때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위기관리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작년 총선 때는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많은 것을 잘했다고 해서 여권이 수혜를 봤는데 내년 대선은 방역으로 일상 회복까지 가야 하는 데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좀 더 확장하면 민생까지, 이런 부분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잘했느냐, 유능하게 좋은 결과를 냈느냐까지 간다고 본다. 동시에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아닌 미래 지향적 투표다. 그것은 경제에 대한 역량으로 봐야 한다.

―역대 많은 국무총리가 대선에 도전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기록은 깨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징크스는 신경을 안 쓴다.

―야권 잠룡들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쉬운 상대다. 지금까지 검찰총장이 정치에 직행한 적이 없다. 검찰은 중립성이 생명인데,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좋은 검사라고 평가받은 측면이 있지만 (선거에 나오면) 그것이 부정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가 전 세계 10위 수준이고 외교안보를 비롯해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가야 하는 나라다.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경륜과 훈련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인으로서 지나치게 점잖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렵지 않게 당선될 수 있는 호남을 떠나 정치 생명을 걸고 민주당이 매번 떨어지는 서울 종로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 당대표·원내대표를 할 때도 입법 투쟁한 과정은 '미스터 스마일' 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또 탄핵정국에서 국회의장으로서 탄핵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잘 관리해냈다.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단호했다.

―다른 잠룡들에 비해 경제통이라는 게 최대 장점인데.

▷기업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에 지금도 경제에 관심이 많다. 2008년에도 질 좋은 성장을 얘기한 적 있는데 지금도 유효한 정책이다. 질 좋은 성장은 첫째 고용 있는 성장, 둘째 균형 있는 성장, 셋째 혁신주도 성장이다. 나누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언가를 생산해야 나눌 수가 있지 않겠나. 질 좋은 성장이 이뤄져야 나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엔 뭐가 가장 필요한가.

▷경제의 미래는 기업과 정부가 혁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혁신을 안 하는 기업은 수명이 훨씬 짧아지고 도태될 것이다. 정부는 혁신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로 지원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인재다. 기업이 힘들다고 인재 양성을 소홀히 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했는데.

▷보통 국민이 선거를 두 번 밀어주면 한 번은 회초리를 든다. 최근에는 대통령 선거·지방 선거·국회의원 선거까지 세 번을 밀어줬으니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컸겠나. 그런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니 당연히 회초리를 들었다. 다만 어려울 것이라고는 봤지만 국민이 이렇게 혹독하고 가혹하게 매질을 할 줄은 몰랐다.

―논란이 큰 부동산 정책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나.

▷자가 보유든 공공임대든, 집이 크든 작든 기본적 주거권은 보장돼야 한다. 토지 공개념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이 많다. 모든 국민이 어딘가 몸을 눕혀야 하는데 소수의 사람이 독과점해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직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지도자와 국민 모두가 집으로 돈을 벌 생각을 버려야 한다. 주택은 투기 대상은 물론 투자 대상이 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도체 등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만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론이 커지면서 기업인 사면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면은 대통령 소관이기 때문에 말 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국민의 관심이 있으니 당연히 사면권자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게 벌써 34년째다. 마지막 개헌이 있었던 게 1987년인데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얼마나 세상이 많이 변했나. 그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헌법은 죽은 헌법이다. 이런 헌법을 갖고는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가장 아쉬웠던 건 부동산…1주택자 보호해야"


코로나 현장서 지휘해 보람
대기업, 中企인재 빼가는 대신
경제 어렵더라도 신입 뽑아야

백신 3·4분기 예정 물량 충분

매일경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년3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여의도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 작년 4월 총선과 올해 4월 재·보궐선거도 지켜봤다. 그에게 총리 시절의 소회를 들어봤다.

―총리 시절 보람을 느꼈던 일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몸을 던졌다. 현장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재정과 금융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IMF 외환위기 때도 노사정위원회 간사위원으로서 위기 극복의 중심에 서 있었는데, 그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지켜보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각별히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역시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 정책에 소홀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매우 불리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지 못했다.

―재임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부동산 정책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등 요즘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은 원래 지난해 당정청에서 거론됐던 것들이다. 1가구 1주택자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개혁에 치중하느라 민생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민생과 개혁은 (둘 중에) 선택할 일이 아니라 양립해야 한다. 그런데 굳이 선택을 하라면 민생이 우선이다. 물론 개혁도 방심할 수는 없다. 개혁도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 요소다.

―청년취업난이 심각한데.

▷한국 기업들은 대졸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그렇게 확보한 인재를 키워 기업경쟁력 근본으로 삼는 것이 강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서양에서 하는 식으로 중소·중견기업이 키운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결국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기업경쟁력도 유지되기 어렵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또 희망을 주는 차원에서도 대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백신 확보가 지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는데.

▷이미 7900만명분을 계약했다. 4~5월은 (물량이) 빠듯하지만 3·4분기에는 들어올 물량이 많이 대기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오히려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코로나19 대응을 잘 하는 나라로 한국과 뉴질랜드·호주·일본 등이 꼽히는데 이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리지 않다.

[정리 = 한예경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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