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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장고 거듭한 삼성…이건희 유산 60% 사회환원 뒷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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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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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상속 방안을 두고 이달 초 사회환원과 기증 가능성이 보도되기 시작했을 때 삼성전자는 굳이 손사래를 치지 않았다. 사회환원과 기증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얼마나 어떤 형태로'를 고민하는 분위기였다.

뚜껑을 열었을 때의 여론을 가늠하려는 표정도 역력했다. 유족들은 이 회장의 마지막 발자취를 또렷하게 새기면서도 그룹 지배력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13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외에 1조원 규모의 사회환원, 감정가만 3조원으로 알려진 '이건희 컬렉션' 기증까지 30조원에 육박하는 이 회장의 유산 가운데 60% 이상을 내놓는 결정이 이뤄진 배경이다. 이 회장은 200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기증 작품 공개되자 미술계 "와"…'시가 10조 이상' 전문가도 놀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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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회장 개인 소유의 미술품 가운데 2만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기로 한 것은 이 회장의 유지를 존중해 총수 일가에서 상당히 오래 전부터 뜻을 모은 사안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생전 "문화재는 한데 모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철기, 자기, 사화 이런 질 좋은 것들이 1억점 이상 모여있는 곳이 루브르 박물관이고 대영박물관이고 미국의 스미소니언이다."(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삼성은 우리 국민, 우리 문화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룬 성과를 우리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1998년 3월 창립 50주년 기념사) 등 문화재와 미술품 기증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족들이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유지를 이행하는 것이 고인의 뜻을 기리는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기증 작품에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를 비롯해 '금동보살삼존상',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미술품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재계와 미술계에서도 예상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외 유출 우려가 나왔던 서양 유명 근대 미술품까지 환원하면서 고인의 뜻을 액면 그대로 살렸다는 평가다.

미술계 한 인사는 "기증될 문화재와 미술품 등의 가치가 10조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액수뿐 아니라 문화적인 가치에서도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돈 없어 생명 잃는 어린이 있어서야"…의료 사각지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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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04년 10월14일 리움미술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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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규모의 의료 공헌 방안도 이 회장의 생전 철학에서 출발했다. 특히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아 지원 사업에 3000억원을 내놓기로 한 것은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돈이 없어 귀중한 생명을 잃는 어린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 회장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의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에서도 고액의 진단비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매년 수백명의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매년 소아암에 걸리는 어린이가 1300명에 달하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어린이가 400여명으로 추산된다. 또 8만여명의 어린이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고 매년 200여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소아암 환자들의 통합 유전자 검사는 회당 500만원에 달한다. 유전자 치료나 골수 이식 등 희귀질환 치료비는 1명당 최고 수억원을 웃돈다.

의료계에서는 어린이 환우 치료 지원 외에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아 꺼리는 소아암과 희귀질환 연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호평이 이어진다.

이 회장은 1989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직후에도 외부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 밖에 낙후된 주택이 밀집된 것을 보고 곧바로 비서진을 불러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 건설 현장을 방문해 "5살, 6살 어린이들이 생활할텐데 가구 모서리가 각이 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건희 철학의 산물…"'아름다운 상속'의 새로운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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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5월1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왼쪽)이 이 회장의 출국을 배웅하기 위해 함께 김포공항을 찾았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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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전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것은 사회적 수요와 단순한 박애주의를 넘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심했던 이 회장의 철학을 접목해 도출한 최적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한 인사는 "이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을 것이라는 게 유족들의 생각"이라며 "유족들이 이 회장이 가장 바랐을 일에 '위기를 딛고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뜻까지 담아 방안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있었는데 재원이 부족해서 실행하지 못했던 계획"이라며 "현실화하면 백신 개발로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인사는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이 회장의 약속을 추가로 이행하고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등 의료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야에 거액을 기부한 것 모두가 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상속의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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