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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취재석] 노골적 비난·욕설…與 문파 '문자 폭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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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문자 폭탄' 내용을 직접 언급하며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문자 폭탄' 행태를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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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다양성 해칠 위험…국민 정서와도 거리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제발 좀 탈당하세요."

비주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다. 그는 최근 강성 지지자들, 이른바 '문파'들의 표적이 됐다. 강성 당원의 '문자 폭탄'에 의원들이 위축되고 내년 대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 화근이다. 당을 떠나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다.

조 의원은 하루에 수백 건의 문자 메시지가 온다고 했다. 의정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많은 양이다. 게다가 '문자 폭탄'의 내용이 좋을 리 없다.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조 의원은 '검은 머리 짐승', '쓰레기' 등 일부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아마도 방송에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을 추렸을 것이다.

애초 조 의원은 일부 강성 당원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지난해 1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결정을 비판했고, 한 달 뒤인 그해 1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수처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탈당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배신자라면서.

최근 조 의원은 지난 27일 '문자 폭탄'을 두고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의 최대 과제인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일부 강성 당원들이 집단 '문자 테러'를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문자 폭탄으로 여당을 쥐락펴락하는 인상은 국민의 눈에 좋게 비치지 않는다는 우려다.

합리적 비판에 가깝다. 일부 강성 당원의 거센 공격은 일반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그것이 곧 민주주의다. '조국 사태'를 거론했던 초선을 '적'으로 간주한 것처럼 '우리와 생각이 다르면 배신자'라며 낙인찍은 것은 매우 위험한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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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가운데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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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에 참패한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극약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처방전은 치열한 토론과 고민, 분석으로 마련될 수 있다. 그런데 '좌표'를 찍은 뒤 마녀사냥식 비난 행위는 입을 틀어막는 것과 다름없다. 당을 위한 쓴소리는 약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별 제재가 없고, 당권 주자들도 '의사 표현'이라며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친문 윤건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소속 의원들에 대해 의사를 표현하는 정도라면 그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 하지 않나"라며 지지층을 감쌌다.

문자 폭탄을 통한 강성 당원들의 지나친 개입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 눈치를 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당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전에 여러 의견 개진과 비판, 반론 등을 펼치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다. 주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과유불급이다. 강성 당원들의 '적극적 의사 표현'은 당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겠다. 대법원은 국회의원은 면책특권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해당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씨가 밝힌 인종차별에 대한 가치관이 인상적이다.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무지개도 일곱 가지 색깔이 있다.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치와 무관한 말인데, 민주당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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