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한 상속 마무리…이재용 경영권에 힘 실려
이재용 부회장이 이 회장 삼성생명 지분의 절반을 상속받으며 그룹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이 회장의 삼성 계열사 주식 대부분은 홍라희 여사,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법정 상속 비율대로 상속됐다. 그러나 유일하게 삼성생명만 법정 상속 비율대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6% 중 절반은 이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홍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을 전혀 상속을 받지 않았다.
상속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종전 0.06%에서 10.44%까지 치솟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가 총액이 가장 높은 그룹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 개인적 지배력이 약한 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소유했던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확보하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갖게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2대 주주로서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상속은 가족 간 지분 분쟁 없이 원만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측과 달리 이 회장 주식 대부분이 법정 상속 비율대로 배분된 건 한쪽으로 지분이 쏠렸을 때 불거질 수 있는 편법 논란을 피하고 상속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상속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가족 간 화합을 돈독히 하도록 분할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 중심 경영체제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 홍라희…경영 조력자 나서나
홍라희 여사 역할론도 주목된다. 자녀에게 지분 상속을 몰아줄 것이라던 재계의 예측과 달리 홍 여사가 삼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상속받았기 때문이다. 법정 상속 비율상 배우자는 자녀보다 많은 유산을 받는다.
홍 여사는 법정 비율에 따라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상속받았다. 홍 여사는 당초 지분이 없던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도 자녀보다 많은 법정 비율로 상속받았다.
홍 여사가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한 것은 이 부회장의 지배 구조 강화를 위한 포석이지만,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상속받았다.
앞으로 홍 여사가 보유 주식을 활용해 경영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가 된 홍 여사가 지배구조가 위협받을 때마다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지원군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여사가 상당 부분 지분을 상속받으면 향후 자녀가 이중으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당장 자녀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 서초사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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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부회장 역시 혼자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상속받았다면 전자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9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전자 지배의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까지 합하면 주식만으로 홀로 10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부담했다.
주식 상속세 약 11조원은 홍라희 여사가 가장 많은 3조1000억원을 부담하고, 이재용 부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이 2조4000억원씩 골고루 나눠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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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문제를 마무리한 이 부회장은 당분간 재판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됐다. 4월 중순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합병·회계부정' 재판도 재개됐다.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삼성전자 국내외 대규모 반도체 투자 건과 관련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등지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고 국내 평택캠퍼스에는 P3 라인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 재계에선 반도체 위기론 등을 배경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을 잇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표] 故 이건희 회장 보유 주식 상속 이후, 총수 일가 지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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