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분 상속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홍라희 여사가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 여사가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했지만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선 데 따른 것이다.
■'캐스팅 보트' 쥔 홍라희 여사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 여사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법정 비율에 따라 가장 많이 상속받는 동시에 당초 지분이 없던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지분도 자녀들보다 많은 법정 비율로 상속받고 주요 주주가 됐다.
주식 상속가액을 보면 홍 여사가 5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 부회장(5조원), 이부진 사장(4조5000억원), 이서현 이사장(4조1000억원) 순이다.
전문가들은 홍 여사가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했지만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까지 상속받았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홍 여사가 삼성생명 지분을 포기한 것은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희생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삼성전자 등 나머지 계열사 지분까지 받은 것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어 "홍 여사가 이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지분을 나눠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올라선 홍 여사가 이 부회장의 지원군으로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지분 상속에서 삼성생명 지분 50%가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고 나머지 지분은 법적 비율로 나눈 것은 그룹 지배력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준다는 메시지와 함께 상속인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이 부회장은 상속세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계열사 주가는 상속보다는 실적이 더 큰 영향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상속 결정에 따라 그룹주 재평가를 예상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긍정적 흐름이 예상됐다.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계열사 지분가치도 빠르게 반영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그룹 내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향후 배당 증가가 기대된다. NH투자증권은 삼성생명에 대해 삼성전자 특별배당 수익 등을 이익 추정치에 반영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7만6000원에서 9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상속은 상속일 뿐 각각의 상장기업이 당면한 사업의 추진 여부에 따라 주가의 희비가 갈릴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번 상속에도 여전히 보험업법 이슈(삼성전자 시가 평가 전환), 금산 분리 등의 이슈는 중요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좀 더 까다로운 잣대로 대주주 결격 사유를 담을 수 있어 오너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번 상속은) 배분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김현정 김민기 조윤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