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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삼성 상속 끝냈지만…'32조 전자 주식' 변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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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오문영 기자] [편집자주]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상속을 '황금분할'로 마무리했지만 남은 과제는 적잖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삼성생명법'을 비롯해 외부 변수가 여전하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난제로 꼽힌다. 혜안이 절실한 시기다.

[MT리포트]이재용 경영승계, 남은 과제는


상속 끝낸 삼성…남은 변수는 32조 전자 주식 '강제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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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강화의 열쇠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절반(10.38%)을 물려받으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이재용 체제'의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와 법안 내용에 따라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3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제출한 2가지다. 두 법안 모두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총자산의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른바 '3%룰'이다. 고객 돈을 운용하는 보험사의 과도한 계열사 투자를 막기 위한 취지다.

현행법으로는 삼성생명이 취득원가 기준으로 5444억원인 삼성전자 주식 8.51%를 합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총 자산(지난해 말 기준 약 310조원)의 3%인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시가 기준 32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로 6.6% 규모다. 삼성화재도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1.49%) 가운데 0.5%가량을 같은 이유로 내놔야 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이 부회장 중심의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지난 4월30일 이 회장의 지분 상속 이후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확정됐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이 회장 당시 지배구조의 핵심지분이었던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3%룰'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두 회사의 삼성전자 합계 지분율이 10.00%(8.51%+1.49%)에서 3%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이 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21.18%에서 14%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을 지렛대 삼아 삼성전자 경영권을 확보하는 연결고리가 그만큼 약해지는 셈이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경우 임원 선임이나 해임, 정관변경, 합병 등 주요 안건 결의에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쳐 발행주식의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11조를 따르더라도 의결권 지분이 1% 남짓 줄어들게 된다. 이를 피하자면 어떤 식으로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그룹 계열사 내부에서 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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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3월11일 국회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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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거론하는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신 인수하는 방안이다. 인수자금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삼성전자에 매각하면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크게 두가지 문제가 남는다. 우선 천문학적 세금이다. 법인이 보유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의 22%에 달하는 법인세를 포함해 각종 세금을 물어야 한다.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물어야 하는 법인세만 최근 주가 기준으로 7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세금까지 합하면 법인세만 8조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룹 전체로 보면 실제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없는데 시세차익 명목으로 조단위 세금만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다. 총수 개인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대대적인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막대한 법인세와 논란을 무릅쓰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려 해도 또다른 문제가 있다. 현행법에선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물산(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 54조3317억원)이 32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인수하면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추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18% 이상 매입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계 한 인사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문제는 19대 국회 당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처음 발의하면서 6년 이상 논의를 거듭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한 문제"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여러 계열사와 총수 일가가 나눠 인수하는 방안 등을 두고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오문영 기자


"삼성 계열분리 없다"…3남매 상속 황금비율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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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는 일단락된 겁니다."

삼성전자 핵심임원은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의 지분상속안을 복기하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가 공식화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도 지배구조의 축인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을 분할 상속받으면서 삼성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는 얘기다.

이 임원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총수 일가의 일원으로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을 뒷받침하면서 삼성의 울타리에서 각자 경영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홍라희 여사가 적극적으로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남매 삼성생명 분할상속 '10:7:3'의 숨은 뜻=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일부 계열사를 물려받아 독립할 것이라는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지난 4월30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상속 방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재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던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이나 SK·LG그룹과 달리 딸들의 경영 참여나 지분 상속에 허용적인 삼성 총수 일가의 전통을 감안할 때 이런 가능성은 지분상속과 맞물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재계 안팎에서 당초 이 회장의 유족들이 이 부회장에게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몰아줄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만 이번 지분 상속 전까지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이 회장(4.18%)과 홍 여사(0.91%)보다 적은 0.7%에 그쳤다. 유족들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을 양보하는 대신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다른 계열사 지분을 가져가지 않겠냐는 전망이 적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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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왼쪽에서 두번째)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오른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에서 세번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맨왼쪽)이 2015년 6월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5회 호암상수상자 축하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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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을 포함한 3남매가 세간의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 지분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상속받고 삼성생명 지분을 '3:2:1'의 비율로 분할 상속하면서 이런 관측은 빗나가게 됐다. 이 부회장이 기존에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 12만주(0.06%)까지 합해 3남매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0:7:3'으로 정리됐다.

삼성생명 지분은 삼성물산과 함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그룹 전체 매출과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한 핵심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삼성전자 보유지분 5.01%)과 삼성생명(삼성전자 보유지분 8.51%)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 13.52%와 직접 보유하게 된 지분 1.63%(0.93% 상속)를 합해 15%가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계열분리 시기상조…홍 여사 역할론 대두=유족들이 이런 상속방안을 확정하는 데는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의 조율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하고 장남인 이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면서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만 두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과 비슷하게 조율해 이 부회장 스스로 지속적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이 부회장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진 사장은 이번 상속으로 삼성생명의 개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미술품 등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현 시점에서 계열분리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호텔, 면세점, 패션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호텔신라는 지난해 영업손실 185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360억원을 기록했다.

홍 여사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18%) 가운데 3분의 1을 상속받으면서 향후 이 부회장 등 3남매가 다시 한번 상속세를 내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2.3%)로 올라선 것을 두고 홍 여사의 '역할론'을 예상하는 시각도 나온다. 홍 여사가 앞으로 경영권 방어나 계열분리 등 굵직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이 부회장을 지원하는 '캐스팅 보트'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총수 일가 입장에서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이면서 절대적인 배당소득의 원천인 만큼 딸들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 지분을 똑같이 나눠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홍 여사가 당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면서 경영권 안정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이재용, 경영승계 공식화했지만…사법리스크·반도체 투자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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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했지만 여전히 가시밭길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반도체 사업의 조단위 투자까지 결단해야 하는 등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까닭이다.

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당면과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재판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주도했다며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사건 자체가 국정농단 사건 이상으로 방대하고 복잡하고 검찰과 이 부회장의 입장이 엇갈려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20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의 경우 1심이 열렸던 2017년 3월부터 확정 판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사건도 부담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와 기소를 두고 의견이 7대 7로 찬반 동수로 나오면서 수사 중단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수사팀이 기소할 가능성이 적잖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에서도 지난해 6월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프로포폴 의혹 사건까지 기소할 경우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두 가지 재판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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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여건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조단위 투자 등 경영 현안이 쌓여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3 라인 투자가, 해외에서는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증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이후 가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향후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진행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4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반도체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도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투자부터 생산까지 1~2년이 걸리는 산업 특성상 선제적인 적기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의 경우 이 부회장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삼성전자가 실기할 우려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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