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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국민연금 고갈돼도 다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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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대부분 국민연금 기금 자체가 없다. 외국의 시각에서 보면 기금 고갈이 되면 연금을 못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자체가 이상해보인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의 말이다. 2057년에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것은 그해부터 기금 적립 없이 바로 걷어서 바로 나눠주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해왔고 현재도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유희원 실장은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유럽국가들은 소득의 18~20% 정도를 연금 보험료로 내는데 우리가 9%로 버티고 있는 건 막대한 기금과 기금 운용수익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오랫동안 기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계산하면 연금고갈 시점, 2057년보다 더 빨라질 것"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체크하는 건강검진을 받는다. 지난 2018년에 실시한 제4차 재정 계산에서 나온 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이다.

유 실장은 "지난 2013년에 계산했을 때 2060년이었는데 2018년에는 2057년으로 3년이 단축됐다"며 "현재 출산율이 더 낮아졌기 때문에 2023년에 다시 계산하면 고갈 시점이 더 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는 880조원이다. 2040년 즈음에 가면 적립금 규모가 2000조원까지 늘어나면서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는 적립금 규모가 감소해 2057년에는 0원이 될 것이란 게 2018년 조사의 결론이다.

국민연금은 설계상 고갈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너무 '퍼준다'는 수지불균형 문제가 있다. 단순화해서 보면 국민연금은 매달 9만원을 내서 매달 40만원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이런 적자 상품이 1988년 출시 이후 33년이나 운영돼왔고 앞으로 37년이나 더 버틸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유 실장은 연금 고갈 시점인 2057년까지 연금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해달라고 당부했다. 여기에는 단순히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덜 받느냐 뿐만 아니라 저출산 해결이나 경제활력 강화 등의 과제도 포함된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대규모 재정 안정화 개혁을 펼쳤다"라며 "우리는 2057년까지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금제도 내적으로 보면 내는 돈과 받는 돈의 균형을 찾는 문제가 있고, 외적으로도 출산율 저하, 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 불완전 노동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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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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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 조정보다 출산율·경제성장률 제고가 더 중요"


정부는 2018년 재정 계산 이후 4개 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안은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9%로 현행 유지, 2안은 국민연금 현행유지·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3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인상·보험료율 12% 인상, 4안은 소득대체율 50% 인상·보험료율 13% 인상이다. 3안과 4안에서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소득대체율도 더 올리겠다고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한 개혁인데 연금을 더 주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측에서는 대체로 3안과 4안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만 국민연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용자측에서는 반대 입장이다.

유 실장은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계속 깎는 개혁만 했다"라며 "이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너무 심각하다. 소득대체율 인상을 꺼낸 것은 국가도 더 많은 연금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보험료 인상을 이해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연금 개혁도 국민연금 기금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지는 못한다.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는 3안의 경우 기금 소진시점을 고작 6년 더 늘리는 효과 밖에 없다.

유 실장은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율을 아주 급진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연금 고갈 문제가 없어지진 않는다"라며 "출산율 제고 정책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기금이 소진돼도 연금 다 드립니다"


"기금이 소진된다고 해서 국민연금을 안 주는 것은 아니다."

유 실장은 기금 고갈이 지급 불능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기금이 있으면 좋은 것은 분명한데, 없어도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기금을 쌓아두고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스웨덴, 캐나다 등 5개국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기금 없이 100% 국가재정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기초연금제도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 실장은 "기금 없이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것을 부과방식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운영한다"라면서 "다만 기금운용수익 없이 보험료 수입에만 의존했을 때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2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은 834조원으로 한해 사이에 123조원이 늘었다. 이중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51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72조원은 기금 운용수익이었다. 기금이 고갈되면 기금운용수익도 없어지니 보험료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 실장은 "국민연금 고갈 이후의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서는 100명의 전문가들이 100개의 안을 제안할 정도여서 어떻게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라면서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은 18%이고 9%를 본인들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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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우리나라만 국민연금 불신이 심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30년치가 넘는 기금을 쌓아두었지만 유럽 국가들은 고작 몇주치, 몇달치의 연금만 쌓아둔다. 젊은 세대에게 걷은 돈이 정부를 거쳐 은퇴세대에게 바로 흘러들어가는 식이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너무 과하지 않도록 국가재정에서 20% 정도를 지원한다. 그런데 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더 크다.

유 실장은 "독일의 경우 1800년대 후반에 연금제도가 도입됐고, 국가를 통해 관대한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가 쌓였다"라면서 "공무원연금도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렸는데 그래도 따르는 것은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공무원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의 역사가 짧고 그간의 연금개혁이 혜택 축소로 인식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가중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유 실장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하고 연금을 수령한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 게 불과 2008년부터다"라면서 "제대로 된 혜택을 맛본 사람이 적은 상황에서 1998년, 2008년 두 차례 급여를 깎으면서 불신이 더욱 가중된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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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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