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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맞수열전] 인터넷은행 경쟁 2라운드…코인 열풍 ‘케뱅’ vs IPO 훈풍 ‘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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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 경쟁 구도는 ‘카카오뱅크의 완승’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가입자 1600만명을 돌파하며 기존 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자금난 문제로 ‘개점 휴업’을 이어갔다. 가입자 수 증가도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6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135만명. 카카오뱅크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올해 1월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카카오뱅크를 앞지르더니 4월에는 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제휴 이후, 암호화폐 투자 열풍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는 중이다.

카카오뱅크가 ‘나 홀로 질주’하던 지난해까지와는 판도 자체가 달라진 상황. 최초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고 4년이 지난 2021년, 비로소 경쟁다운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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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작된 케이뱅크 반격

▷업비트 효과로 가입자 500만 돌파

케이뱅크에 지난해 6월은 ‘터닝 포인트’로 기록될 테다.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코인 거래에 필요한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시점이 좋았다.

2020년 12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업비트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케이뱅크 신규 계좌 개설 고객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신규 가입자 21만명으로 카카오뱅크(22만명)를 턱밑까지 추격했던 케이뱅크는 올 1월(28만명) 처음으로 카카오뱅크(21만명) 신규 가입자 수를 제쳤다. 2월부터 증가세는 더 드라마틱하다. 2월(63만명), 3월(80만명)에 이어 4월에는 무려 146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가입자만 약 270만명. 불과 4개월 만에 지난 3년 총 가입자 수(157만명)를 훌쩍 넘어서는 무서운 상승세다. 누적 가입자 수를 537만명까지 불렸다.

여러 거래소 중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업비트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로 급부상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기준 업비트 하루 거래대금 규모는 206억5000만달러(약 23조380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여타 거래소와 비교해도 업비트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2위인 빗썸(38억9000만달러), 3위 코인원(14억8100만달러), 4위 코빗(1억9800만달러), 5위 고팍스(1억4400만달러) 등 주요 거래소를 모두 더해도 업비트에 한참 못 미친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실명 확인 계좌를 제공하는 유일한 은행이다.

한 암호화폐 투자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 거래가 업비트에 쏠리면서 케이뱅크가 반사이익을 봤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도지코인’이 국내 거래소 중 업비트에만 상장돼 있는 등 어느 정도 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신규 가입자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외부 투자자 유치에도 속도가 붙었다. 올해 6700억원 규모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최근 다수 사모펀드(PE)와 투자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투자자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비롯해 MBK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 등 대형 PE가 신규 주주로 참여를 검토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증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최종 증자 규모가 당초 목표치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본 확충에 성공할 경우 향후 더욱 적극적인 대출 영업이 가능해진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빠르게 신규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케이뱅크의 잠재성이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대출 잔액이 늘어날 경우 빠른 흑자전환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케이뱅크 여신 잔액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 4월 케이뱅크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8400억원 증가한 4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수신 증가폭은 더 크다. 4월 말 수신 잔액 규모 12조14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3조4200억원 늘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이 대출 규모를 크게 끌어올렸다. 최근 1분 만에 대출 절차가 끝나는 ‘비상금 대출’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전월세보증금대출, 사잇돌대출 등 새로운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늘어난 수신은 저원가성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유가증권에 투자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여신액 절대 우위 ‘카뱅’

▷상장 이후 자본 확충…대출 늘린다

케이뱅크 약진에 카카오뱅크는 ‘반갑다’는 반응이다. “인터넷은행 시장 전반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게 카카오뱅크 관계자 얘기다. 하지만 내심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이례적으로 적금 금리를 올린 이유도 ‘케이뱅크 견제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카카오뱅크 26주적금’ 우대금리 혜택을 연 0.2%포인트에서 최대 연 0.5%포인트로 올렸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바로 가입할 수 있는 26주적금 별도 상품을 내놓으면서 단행한 조치다. 계좌 개설 이후 7주간 자동이체로 적금 납입에 성공하면 기본금리 연 1.1%에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고 납입이 26주 동안 이어질 경우 연 0.3%포인트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 우대금리를 놓고 은행권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저축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모두 예·적금 금리를 내리는 추세기 때문이다. 라이벌인 케이뱅크 역시 카카오뱅크가 우대금리를 올리기 불과 열흘 전 예·적금 상품인 ‘플러스박스’ ‘코드K 정기예금’ ‘주거래우대 정기예금’의 우대금리를 모두 없앴다.

한 은행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주력 이용자인 2030세대를 케이뱅크에 뺏기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지난 4월 카카오뱅크 수신 잔액이 전월 대비 4700억원 늘어난 반면,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3조4200억원이나 늘었다. 코인 투자를 위해 카카오뱅크에 있던 돈을 케이뱅크로 옮기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동안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를 역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4월 기준 카카오뱅크 누적 가입자 수는 1635만명으로 케이뱅크(537만명)의 2배가 훌쩍 넘는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여신 잔액 규모도 카카오뱅크가 우위에 있다. 카카오뱅크 여신 잔액은 4월 기준 23조2000억원으로 케이뱅크(4조6800억원)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월 대비 여신 증가폭 역시 카카오뱅크(1조6000억원)가 케이뱅크(8500억원)를 두 배 가까이 앞선다. 아직 적자에 시달리는 케이뱅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순이익(2020년 1136억원)도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인터넷은행 최초 상장’이라는 후광 효과도 기대된다. 카카오뱅크는 빠르면 올여름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 이번 상장을 통해 2조원에서 최대 5조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로 자본을 확충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면 다른 시중은행 수준까지 대출 규모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상장 이후 하반기에는 비대면 개인사업자대출을, 내년 이후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수익성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9호 (2021.05.19~2021.05.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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