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토스뱅크 인가에 집중…"논의 진척·계획 없어"
하반기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첫 관문 될 듯
금융지주 내부·정치권 반발도 넘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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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첫발을 뗐지만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인터넷금융에도 경쟁이 필요하다’며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금융당국이 당분간 검토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향후 설립 논의가 시작된다 해도 금융지주 계열사 내부 반발부터 정치권 설득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21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과 관련해 어떤 진척이나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며 "해당 이슈는 시간을 두고 볼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 배경에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은행업 경쟁도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은행업 경쟁도 평가는 전반적인 은행산업·인가 정책을 들여다보는 절차다. 해당 결과는 추가 인터넷은행 인가가 필요한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판단 근거가 된다. 만약 ‘신규 진입이 필요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온다면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 논의는 탄력받을 수 있지만 ‘이미 충분하다’는 반대 의견이 나올 경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제3 인터넷은행 토스뱅크의 인가가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도 배경 중 하나다. 토스뱅크는 현재 7월 출범을 목표로 금융위의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토스뱅크 인가를 최우선 진행하는 만큼 당장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 건을 살펴볼 여력이 안 된다"며 "토스뱅크 출범이 완료되고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은 돼야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전했다.
정치권·내부 반대도 넘어야 할 숙제경쟁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향후 설립 논의가 본격화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금융지주 계열사 내부 반발이 대표적이다. 특히 금융노조는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진출이 오프라인 점포 폐쇄 가속화를 불러와 고용 불안감을 조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은행에서도 인터넷은행의 기능을 모두 구현하고 있는데 조직을 이원화할 경우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면 인력과 자원이 모두 쏠릴 텐데 이는 결국 조직 내 1군과 2군을 나누는 꼴로 조직원 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금융지주사에 권력이 집중됐다는 점을 강도 높게 지적하고 있는데 인터넷은행 설립 허용을 지켜볼 리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허용해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면서도 "다만 인터넷은행 특별법 취지가 비금융주력자의 혁신금융 진입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정치권에서 ‘명분’에 이의를 제기해 결국 무산시키지 않겠냐는 시각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과 관련해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업권의 규모를 키운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아직 실체가 없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도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모바일 대세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면서도 "아직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는 만큼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지난 11일 주요 시중은행 전략담당 부서장 회의를 열어 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를 금융위에 전달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8개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JB·DGB금융지주)의 입장과 해외 사례·기대 효과·당위성 등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연합회의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실시되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우선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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