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중·저신용자 대출 전체 12.1%…시중은행 절반
중금리 확대방안 이행 못할 시 신사업 차질 빚을 수도
인뱅, 6.5~16%대 고객 두고 저축銀과 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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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송승섭 기자]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2023년 말까지 전체 신용대출의 30%를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신사업 진출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올해 2조6000억원의 신용대출을 추가 공급해 4조6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당초 법과 도입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취급하게 하려는 게 목표다.
카뱅 30%·케뱅 32%…인터넷은행들 중금리 확 늘린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기술과 금융의 융합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 2016년 도입해 그 이듬해부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중금리대출을 총 2조5000억원 공급했으나,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을 고신용자(1~3등급)에게 66%나 공급했다. 또한 신용대출에서도 고신용자 대상 영업에 치중한 결과,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전체 신용대출의 12.1%로 시중은행 평균(24.2%)보다도 훨씬 낮은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케이뱅크와 본인가 심사 중인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3년 말까지 30% 이상 달성하도록 유도하겠단 계획이다. 지난해 말 2조원 수준에 그쳤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도 올해 말에는 4조6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확대 공급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10.2% 수준인 중·저신용자 비중을 2023년말까지 30%로,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21.4%에서 32%로 늘리기로 했다. 토스뱅크는 영업 첫해부터 이 비중을 30% 이상으로 설정하고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은행별 이행 현황을 비교 공시하도록 하고, 정부가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신사업 인·허가 때 이를 고려하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및 최대주주가 다른 금융업 진출을 위해 인·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이행 여부를 질적 판단요소로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계획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 상한 요건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의 과도한 수익 추구 경로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대로 평가해서 금리 산정 된다면 적정 부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때 중·저신용자 공급액은 일부 예외 적용을 검토키로 했다.
저축銀·인터넷은행, 6.5~16%대 중금리 시장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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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국의 지침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축은행도 중금리대출 고객 중 일부가 인터넷은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인지도와 편리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규모의 경쟁인 금융 산업에서 플랫폼 기업을 이기는 건 어렵다"며 "고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중금리 이용하는 사람 중 상대적 고신용자는 빠져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 세분화·양분화되는 것일 뿐 저축은행이 여전히 중저신용자 상대로 강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아무리 중금리 대출을 넓혀도 중·저신용자까지 내려가기 어렵다"며 "고신용자 영업 펼쳤던 인터넷 은행과 달리 저신용자 대상 정보와 관리 노하우 크다" 주장했다.
인터넷은행들은 기존 저축은행이 가지고 있는 중금리 대출의 노하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기존 저축은행이 진행해온 중금리 대출 양과 데이터가 방대하다"며 "특히 중금리와 관련한 직접적인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은행은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로 저축은행에 반격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금리 대출 시장의 핵심은 상환능력 평가역량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6월 특화 모형이 추가된 새로운 CSS를 개발·적용한다. 케이뱅크는 4분기에 CSS에 금융 이력 부족자 특화 모형을 추가하고 금융정보와 대안정보를 가명 결합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다. 토스뱅크도 중·저신용자 특화 금융상품 고객 정보를 반영한 CSS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금리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 역시 선택권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봤다. 홍익대 전성인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자선단체도 아닌데 왜 중금리를 늘려야 하느냐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걸 약속하고 진입한 게 인터넷은행"이라면서 "코로나19로 신용점수가 다소 내려간 중신용자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상당 부분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국에서는 시중은행 다음이 2금융의 고금리뿐이라 중금리가 약한 고리였다"며 "접근성 좋고 중금리에 맞춘 상품과 업체 늘어날수록 합리적인 금리에 대출받기 쉬워진다"고 언급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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