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5월 27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을 발표하고, 2021년 말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중금리대출 공급액을 기존 4조6000억원에서 7조2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독려해 오는 2023년 말까지 각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 비중이 30%를 넘길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중금리대출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거나 신용평점 하위 50%인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을 통해 약 2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공급액을 늘려 서민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정책은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도입 취지와 달리 중·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 국내 인터넷은행은 지난 4년간 중금리대출을 총 2조5000억원 공급했으나, 이 가운데 보증부 정책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고신용자(1~3등급)에게 66%나 공급했다. 또한 신용대출에서도 고신용자 대상 영업에 치중한 결과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전체 신용대출의 12.1%로 시중은행 평균(24.2%)보다도 훨씬 낮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인터넷은행은 신사업 진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10.2% 수준인 중·저신용자 비중을 2023년 말까지 30%로,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21.4%에서 32%로 늘리기로 했다. 토스뱅크는 영업 첫해부터 이 비중을 30% 이상으로 설정하고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한다.
이번 대책으로 그동안 중금리 대출 시장을 주도해왔던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측은 인터넷은행이 인지도와 편의성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만큼 중금리대출 고객 중 일부가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관련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은 고객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로 저축은행에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금리대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져 유리하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로 신용점수가 떨어진 중·저신용자에게 이번 조치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번 계획에서 대출 금리 상한 요건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인터넷은행의 과도한 수익 추구 경로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류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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