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한강 대학생 사망’ 범죄 정황 확인되지 않는데도 그들은 왜?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조화가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놓여 있다 .강윤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청도군에 사는 노모씨(60)는 1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강에서 숨진 손정민씨의 친구 A씨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라고 경찰에 요구하는 자리였다. 노씨는 “정민이가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당연히 대한민국을 빛낼 멋진 의대생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고 경찰에서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한점의 의혹도 없는 수사가 시작될 줄 알았다”며 “갈수록 경찰도 실망만 안겨주고, 억장이 무너져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손씨가 닷새 뒤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대중의 관심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5월3일 올라온 ‘한강 실종 대학생 고 손정민군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일 기준 47만여명이 동의했고, 5월16일 개설된 네이버 카페 반진사에는 3만3000여명이 가입했다. ‘손정민’이란 키워드로 검색되는 유튜브 영상은 3289편(플레이보드, 5월1일~5월31일), 언론 기사는 2345건(빅카인즈, 4월29일~5월31일)에 달한다.

① ‘결정적 증거’ 없는 사망 경위

손씨 사건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손씨와 A씨가 마지막으로 함께 목격된 4월25일 오전 3시38분부터 행인이 잔디 끝 경사면에 누워있는 A씨를 깨운 오전 4시27분까지 49분간의 행적이 분명치 않다. 현장을 직접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경찰도 목격자 16명의 진술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오전 4시40분쯤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물에 들어가는 걸 봤다’는 낚시꾼 일행의 진술이 있었지만, 입수자가 손씨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경찰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으로 볼 때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다른 사건은 범인이 있고 원인이 밝혀진 데 비해 이번 사건은 손씨가 어떻게 물에 들어갔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아 대중적 의혹을 자아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사건’인지 ‘사고’인지 명확치가 않다. 죽음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② ‘가짜뉴스’ 찍어내는 유튜버들

그런 상황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허위정보가 쏟아졌다. A씨가 잠든 손씨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사진이 공개된 뒤 ‘A씨가 손씨에게 약물을 주입해 잠들게 한 후 물에 빠트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손씨 몸에서는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엉뚱한 CCTV 영상을 내세우며 “A씨가 다른 사람들과 손씨를 물에 던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영상에 등장하는 일행은 다른 사람들로 한강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히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가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며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한 A씨와 손씨의 핸드폰이 바뀐 이유, A씨가 신발을 버린 이유 등에 대해 경찰이나 A씨 측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의혹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③ 경찰·언론을 향한 사회적 불신

경찰의 설명과 언론 보도보다 유튜브 영상이 시민들 속으로 파고든 것은 경찰과 언론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도 한몫했다. 허위정보 상당수는 A씨와 관련된 경찰 유력인사가 사건을 무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전·현직 경찰 간부들이 A씨의 친인척이라는 의혹에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언론과 A씨의 유착을 의심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손씨의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방송하자 한 유튜버는 “A씨의 변호인 정병원 변호사와 SBS 기자가 형제 사이로 정 변호사가 유리한 방송을 청탁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폭발적 관심을 받으면서 이날 정오 현재 17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찰은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공개 행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5월27일 손씨 사건을 다룬 수사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유튜브에서 거론되는 허위정보에 대해서도 일일이 해명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는 ‘경찰 발표는 수긍하기 힘들다’거나 ‘실족사로 만들려고 답을 정해놓고 시간을 끌면서 수사하는 척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반진사 기자회견을 찾은 권모씨(42)는 “언론보도를 통해 손씨 사건을 처음 접했는데, 경찰이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것과 유튜브에 올라오는 내용이 너무 달라서 의구심을 갖게 됐다”면서 “유튜브 영상과 CCTV를 보고 추측해봤을 때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④ ‘의대생’ 망자와 ‘한강’이란 일상적 공간

손씨가 서울 소재 대학 의대생이었다는 점과 손씨 아버지가 블로그에 올린 아들의 생전 사진과 회고들도 대중적 관심을 불러왔다. 손씨 아버지는 아들의 실종 시점부터 개인 블로그 글을 통해 아들에 대한 애정과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다루고 있다. 곽대경 교수는 “손씨가 ‘인서울 의대생’이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더 궁금해하고 자녀를 둔 입장에서는 더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고 공감한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손씨가 의대생이었다는 점은 사건과 관계 없는 과잉 정보인데 언론에서도 ‘의대생 사망 사건’이라고 부르면서 여론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손씨의 시신이 서울시민의 일상 공간인 한강에서 발견됐다는 점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왔다. 임 교수는 “누구나 다니는 한강에서 시험이 끝나고 술 한 잔 마시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고 말했다.

박채영·오경민 기자 c0c0@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 [알림] 경향신문 경력사원 모집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