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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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수순에 들어가면서 제3지대에 남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안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인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이어가는 것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 중심으로 대선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져 안 대표의 대권 행보가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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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입당' 초읽기 들어간 윤석열… 안철수의 '제3지대 카드' 사라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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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강원도 강릉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검찰을 떠난 이후 현직 정치인을 만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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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가 정해진 뒤인 6월 말, 7월 초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차기 당대표와 만나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자연스럽게 입당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에서 지지율 1위 대권주자를 '모셔오는' 그림을 연출해 자신의 대망론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윤 전 총장이 정진석·권성동·윤희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국민의힘 입당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 전 총장 측이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면서 입당 시점 조율만 남은 게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성동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한 의미나 우리 당의 여러 의원하고 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라며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대권 도전은 우리 당과 함께 하겠다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이뤄지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윤 전 총장과 제3지대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선택지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입당으로 제3지대 독자노선을 고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합당 주도권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서다. 국민의힘이 지지율 1위 후보를 확보한 상황에서 합당 문제에 느긋한 태도를 취하는 전략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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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운 관계, '이준석 돌풍'도 악재… 합당 지연으로 '입지 축소'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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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은 주호영 후보, 오른쪽은 나경원 후보.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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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돌풍' 역시 안 대표에겐 예상치 못한 악재다. 안 대표와 이 후보는 바른미래당에서 함께 활동할 당시 극심한 갈등 관계에 있었다. 이 후보는 사석에서 안 대표에게 욕설을 한 이유로 당협위원장·최고위원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바른정당 인사들에 대한 정략적 중징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당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의 언급으로 재조명받았다.
이미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이 후보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른 당의 전당대회 후보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결례"라며 "상대 당이 만약 합당 대상이라면 최소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을 숙의하는 국민의당을 향해서 '소 값 잘 쳐주겠다'며 조직과 돈을 가진 기득권이 상대를 조롱하고 무릎 꿇게 하려는 구태 정치의 모습을 보였다"라고 일갈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 후보를 향한 권 원내대표의 직격탄은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과거 욕설에 "사석에서 한 발언이고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자 나왔다.
안 대표 입장에선 자신에게 우호적인 나경원 또는 주호영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특히 주 후보의 경우 당대표 권한대행 사임 직전까지 안 대표와 합당 논의를 진행했다. 주 후보는 "당장 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논의가 진척됐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 후보는 국민의당과 합당에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합당에 앞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등한 지분을 요구하는 국민의당의 '당대당 통합' 요구에는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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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지연, 지역위원장 공모로 '위기 자초'… 느긋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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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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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가 조속한 합당을 이뤄내지 못해 입지 축소 여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먼저 합당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4·7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합당 결정을 내렸으나 안 대표는 지역순회 당원간담회를 진행하며 판단 시점을 늦췄다.
결과적으로 합당 논의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뒤로 밀렸고, 윤 전 총장 입당 수순과 이준석 돌풍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휩쓸리게 됐다. 지난달 중순 전국 253개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지역위원장 공모에 나선 것 역시 '알박기' 논란을 자초하고, 국민의힘 내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킨 악수가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과 이 후보에게 여론의 관심이 쏠리게 되면서 안 대표의 존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선 국민의당과 합당에 시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 최대한 유리한 조건에서 합당을 이뤄내기 위한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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