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개발자 A씨가 올해 1월과 3월 지인과 동료들에게 남긴 말이다. 네이버 노조는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생전 대화 기록과 동료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노조는 "고인은 야간·주말·휴가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으며, 상급자(임원 B, 책임리더)의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 언행 등에 정신적 압박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고인과 동료들이 (특정 임원의 인사와 관련해)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네이버 사측이 알면서 방조하고 묵인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7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앞에서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에 대해 사측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일동 묵념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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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인력 부족·무리한 지시…"회사가 방조"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올해 5월 네이버의 신규 지도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1월부터 강도 높은 업무를 이어왔다. 여기에 팀원들의 잇단 퇴사 등으로 심리적 고통이 심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고인이 팀원들이 줄퇴사하자 지난해 11월 동료에게 "팀원을 적응할 만큼 성장시켜 놓았는데 임원 B씨 때문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허탈하고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원 B씨에 대한 회사의 오랜 묵인을 지적했다. 노조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2019년 5월 A씨를 포함한 팀장 14명이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찾아가 B씨의 부적절한 언행과 낮은 서비스 이해도 등을 문제제기 했으나,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노조는 지난 3월 4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한성숙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도 모 직원이 임원 B씨를 암시하며 책임리더 선임 정당성을 물었으나, "경영진과 인사위원회가 신중하게 검증했다"는 인사 담당 임원의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강조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 7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 직원의 죽음에 대한 사측의 객관적인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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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해도 조사나 사후처리 과정에서 공정성이 의심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직원 대표인 노조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 2일부터 사외이사 3인 주축의 외부기관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조사를 맡긴 상태다. 조사 결과는 이달 넷째주에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회사는 필요 시 조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외부 조사의 신뢰성을 지적하며 자체 조사를 위한 자료로 ▶A씨의 사내 메신저 이력 ▶2019년 1월 이후 퇴사한 지도 담당 직원들의 퇴사 면담 기록 ▶문제가 된 임원들의 선임 검증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또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네이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노조가 요청한 자료는 개인정보와 업무상 기밀이 들어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며 "조사 전 과정은 노사협의회와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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