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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조강수 논설위원이 간다]김학의 진상규명 지시, 이사 해임 무리수가 역풍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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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소송하는 두 남자, 곽상도와 강규형

"검경 명운걸고 조사" 대통령 지시

수사 지시 vs 진상규명 당부로 맞서

곽 "고소하자 대통령 지시 잠잠"

강 "마지막 날 상고, 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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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국민의 힘 의원이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는 모습.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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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문재인 대통령이 연루된 여러 건의 민·형사소송 상황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자신을 비방한 시민 김정식씨를 모욕죄로 고소한 건에 대해선 "성찰의 계기로 삼으라"는 경고와 함께 2년여 만에 취하했다. 최고 권력자가 시민을 고소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일자 물러섰다.

두 건의 민사·행정소송에는 '피고'로서 적극 대응했다. 국민의 힘 곽상도(61) 의원이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무리한 수사 지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지난 3월 제기한 5억원대 민사소송 담당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에 3쪽짜리 답변서를 제출했다.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인 강규형(57) 전 KBS 이사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행정 소송 2심 판결(서울고법 행정11부)에 불복해서는 상고했다. 대통령과 야당 국회의원,대통령과 교수간 '맞짱 소송'의 내막을 추적했다.

과거 대통령들,직접 책임질 일은 피해

지난 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1014호 사무실에서 곽 의원을 만났다. 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 의혹과 아들의 전시 특혜 의혹 등을 제기, '대통령 저격수'로 통한다. 국가와 대통령 등 8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이른바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에 의해 인권을 짓밟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9년 3월 18일, 문 대통령이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해 검경 지도부가 명운 걸고 철저히 진상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이 보인다'면서다. 며칠 뒤 과거사위원회가 '청와대 민정수석 때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나에 대한 수사를 권고, 3개월간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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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의원이 2019년 6월 문 대통령 등을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로 고소한 내용. 곽 의원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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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의원이 지난 3월 대통령 등 8명과 국가를 상대로 낸 5억원대 손배 소송에서 문 대통령이 낸 답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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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수사였다고 보나.

"그렇다. 당시 문 대통령 딸 의혹을 폭로할 때였다. 무혐의로 사건이 끝난 직후 문 대통령과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이규원 파견 검사 등을 직권남용·강요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반동안 캐비닛에 처박아 뒀다. 지난해와 올해 초 두 번 조사하더니 또 감감무소식이다."

-형사 고소(2019년 6월)와 5억원대 민사소송(2021년 3월)간 시간적 간격이 길다.

"그동안 몰랐던 사실이 불법 출금 및 수사 무마 사건에 대한 공익 제보와 검찰 수사를 통해 새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학의 사건은 가짜 출국금지 신청서와 가짜 박관천·윤중천 면담보고서를 갖고 소설을 쓰면서 부풀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불·탈법 수사에 이어 소송 역풍까지 부른 셈이다. 마치 추미애 당 대표 시절 수사 의뢰로 자기네 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밝혀진 것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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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 머물면서 1.2심에서 패소한 강규형 명지대 교수의 해임무효 청구소송에 대해 상고장을 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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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사건 피고들의 입장은 다르다. 문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당부했을 뿐 수사기관을 상대로 구체적인 수사 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당부 중에 원고(곽 의원)를 특정해 언급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은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대통령 지시 브리핑'이라고 적혀 있고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라는 표현도 있다"며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이 과거 '검찰에 수사 지시를 해선 안된다'고 스스로 밝힌 게 있으니 당부라고 둘러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소송한 계기는.

"권력 기관의 잘못에 대한 수사에서 제일 어려운 게 대통령이 지시를 했는지, 밑에서 알아서 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수사 지시 등을 직접 발표하는 쪽을 선호했다. 그래서 가능했다. 과거엔 대통령은 책임질 일은 피했다. 장관이나, 참모가 대신했다. 대통령의 책임 문제는 끝까지 규명할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이른바 검찰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자 법무부와 검찰에 감찰을 지시했다. 이듬해엔 기무사 계엄 문건 관련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방산비리 척결, 군 갑질 문화 점검, 미투 운동 적극 수사 등까지 포함해 직접 지시한 게 줄잡아 10여건이나 된다. 이중 돈 봉투 만찬 관련자는 무죄가 확정됐고, 계엄 문건은 불기소로 사실상 종결됐다. 수사 도중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곽 의원은 "특이하게도 내가 고소장을 낸 이후부터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잠잠해졌다"며 "나중에 문제될 수 있음을 알았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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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명지대 교수의 최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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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깡으로 버텨

강규형 교수는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무효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한 유일한 사람이다. 야당 추천 KBS이사였던 그는 임기(3년) 만료를 8개월 앞둔 2017년 12월 이사 업무추진비(법인카드)의 사적 사용, 폭행 사건 연루 등 명예 실추를 이유로 해임됐다. 즉시 "방송 장악을 위한 표적 해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그의 해임 이후 고대영 KBS 사장 해임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

"4년 동안 가시밭길이었다. 1심은 판사가 세 번 바뀐 끝에 2년 3개월 만에 승소했다. 2심은 지난 4월 말 나왔다. 명예훼손·모욕·특수상해 등으로 고소·고발된 사건만 30여건이고 일부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받는 데만 3년이 걸렸다. 검사들이 4명이나 바뀌며 수건 돌리기 했다. 어느땐 검사 이름도, 얼굴도 모르겠더라. 압권은 언론노조가 야당 추천 이사 4명을 고발했다가 셋은 취하하고 나만 남긴 것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업무추진비 327만원 유용’은 억지다. 개인적 식사비, 음료구입비로 152회에 걸쳐 94만원을 썼다. 1회 평균 6100원이다. 나보다 더 많은 업무추진비를 부당집행한 다른 이사는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의미 없는 소송을 남발하면서 괴롭혔다. 리걸 허래스먼트(legal harassment·법적인 괴롭힘)다. 그들은 노조 기금으로 소송비용 내고 서류 하나만 작성하면 되지만, 나는 변호사 선임을 다시 하고 수임료를 내야했다. 소송 비용 1억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 보험을 두 개 깼다. 형사가 안 되면 민사로 건다. 1심에서 지면 2심으로 간다. 며칠 전에도 승소한 건이 있다."

그는 "솔직히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깡'으로 버텼다"며 "나 한명이라도 역사에 방송 장악을 위한 정권의 무리수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육사8기 출신 고(故) 강창성 한나라당 의원. 박정희 정권 시절 하나회의 존재를 처음 알아냈고 5공화국을 출범시킨 신군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인물이다.

-대통령이 막판에 상고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두 가지로 본다. 현직 대통령일 때 패소는 망신이니 확정판결 시기를 늦춰 퇴임 후 판결을 받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상고심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끝까지 진을 빼겠다는 것 아닌가. 김명수 대법원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은수미 성남시장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았나. 마지막 날(5월 20일) 상고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딱 맞았다. 미국 순방 중에 국가법무공단 실장 명의로 상고했다. 참 좀스럽고 민망하다."

강 교수 판결문을 훑어봤더니 "이사 해임은 재량권 일탈이며 남용"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이런 문장도 보였다. "KBS 이사의 임기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공정성·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에서 마련한 것으로 보이고 그 임기 동안은 신분을 보장하려는 성격도 띤다. KBS 이사에 대한 해임처분의 기준은 다른 공공기관 등과 비교해 볼 때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이다. 이걸 확인하는데 대학교수가 수년간을 법정 투쟁으로 허비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의 독백이 귓전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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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에 대한 해임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지난 4월말 판시 서울고법 판결문. 강 교수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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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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