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경제와 미래 먹거리 제시할 것” 서진 의지 밝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조선일보 팟캐스트 모닝라이브와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원내대표가 무릎 사과와 5·18 방문 등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호남의 불신을 일부 해소했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등 호남의 산업과 미래 먹거리, 경제에 대해 호남의 미래 세대와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부모가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지만 호남에 대한 적극적 서진(西進) 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안밖의 대선주자들에 대해 “불가근 불가원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해 다소 까칠하고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그분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공정함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특정 주자와 어떤 연락을 하고 어떤 내용을 주고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 밖의 주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그 분들이 결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 합당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에 대해 인수인계를 해주셨는데 굉장히 훌륭한 협상을 했다”며 “이견이 크지 않다”고 했다. 합당은 최대한 빨리 추진할 것이란 얘기다.
지난 13일 국회 첫 출근 때 지하철과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탔던 이 대표는 “앞으로도 서울 시내에서 이동할 때는 지하철과 따릉이 등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4일 첫 공식 일정으로 천안함 희생 장병들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뒤 유족들과 만나 눈물을 흘렸다. 그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이 제 연령대여서 참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보수 정권에서도 제대로 해드린 게 없어 미안함이 겹쳐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평소 따릉이를 비롯해 대중교통 애호가인데 당대표가 되고 나서도 따릉이를 타고 국회 가지 않았나. 앞으로도 당대표용 관용차가 아니라 따릉이 타고 다닐 것인가.
“종편에서 패널 생활을 오래하고 하다 보니, 시간 맞추는 게 중요해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많이 타고 다녔다. 서울 시내에서 이동할 때는 편리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장거리나 지방 일정이 있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용하려 한다. 당에서는 차량을 제공해 주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대중교통을 탈 것이다.”
-당대표가 되고 나서 첫 행보로 오늘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가 아니라 천안함 희생장병 묘역이 있는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앞으로 안보·보훈 정책에선 전통적인 보수 노선을 걸을 것이란 의미로 이해해도 되나.
“전통적 보수 노선이라기보단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치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 생각을 계속 견지할 것이다. 천안함 관련 행사나 묘역 참배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했다. 희생 장병이라든지 그 외에 젊은 나이에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 사람들이 제 연령대이다. 지금 이 얘기를 하면서도 감정이 울컥한다.”
-원래 눈물을 자주 흘리나?
“천안함 관련해서는 정치하기 전부터 많이 공감해 왔다. 유공자 인정과 관련해서도 보수 정권에서도 제대로 해드린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미안함이 겹쳐 있다. 마음 아프다. 보수가 안보를 강조하면서 뭔가를 지킨 분들에게 옳은 처우를 하는데 앞장서지 못한 것에 대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생각했다.”
-30대 당대표를 보는 시각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당대표 연설에서 변화에 대한 거친 생각들이라는 말씀을 했는데, 첫 번째 과제는 꼰대당, 꼴통당이라 불리던 국민의 힘을 쇄신하는 것일 거다. 앞으로 반드시 이건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나.
“당내에선 경쟁이라는 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쟁은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줄서기를 하느냐 정도였지만, 이제는 개개인이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정치권에서 다뤘으면 할 문제가 많은데 지금까지는 일부가 선점한 아젠다로 정치권이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아젠다들도 끌어 들여와야 한다.”
-한편에선 젊은 당대표에 대해 경험이나 리더십이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나 당내 원로 중진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계속 젊은 방식을 유지할 것인가.
“나이는 젊지만 최고위원, 비대위원 경력으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당 지도부 운영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는 부분이 있다. 같이 최고위 비대위 했던 분들이 훌륭했던 분들이었다. 리더쉽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다. 중진 원로분들의 조언도 깊게 새기도록 하겠다.”
-현충원 방문 뒤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희생자 조문을 했다. 관심사가 호남이란 말도 했다. 영남당이라 불리는 국민의힘이 서진해서 호남의 민심을 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서진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 것인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무릎 사과와 그것을 계승한 김기현 원내대표의 5.18 방문으로 인해서 광주 민심이 많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광주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받았던 불신을 해소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새로 지도부를 운영해 나가면서 이제는 호남의 미래 세대와 함께 호남의 산업, 먹거리, 경제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특히 최근에 우리당의 전주혜 의원이 호남의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해서 광주 지역 언론을 보면 전주혜 의원 칭찬이 많다. 민주당에 법안을 가져가니 주저했는데 전주혜 의원은 먼저 시작했다는 평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의힘에도 2030 청년 정치인들이 있다. 많이 낙선도 했는데 이 분들에게 역할을 주고 전면에 내세워서 청년 정치 스크럼을 짜 볼 계획이 있나.
“정치의 세대교체라는 게 운동권의 스크럼 방식도 있겠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본인의 능력을 입증하는 방식이 추가될 것이라고 본다. 토론 배틀을 시작할 것이다. 토론배틀을 통해서 대변인단을 선출할 예정인데, 그런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선발된 사람이 선발에 의한 권위를 갖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 저의 경우에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영입을 해주셔서 시작하게 됐지만, 앞으로는 영입이 아닌 자력으로 능력을 보여주고 콘테스트에서 권위를 획득하는 방식의 참여를 권장하려 한다.”
-윤석열 전 총장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축하 메시지도 받고 답도 보낸 걸로 안다. 통화는 아직 안했나.
“내가 말하는 내용이 영향을 줄 수 있다. 특정 주자와 어떤 연락을 하고 어떤 내용을 주고 받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대선주자이기 이전에 상대 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합당 문제를 계기로 만남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분들의 경우는 불가근 불가원 원칙을 적용하고자 한다.”
-그동안 윤 전 총장에 대해서 말한 것을 보면 약간 유보적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 있었다. 당에 들어오도록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분에 대한 배척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공정함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면 많은 말이 필요 없고, 서로에 대한 예우도 굳이 여러 가지 말과 행동을 통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당을 운영하는 방식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을 해석하고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대구 연설에서도 공존을 던지면서 그 안에서 탄핵 문제에 대한 가장 큰 줄기를 해결하려고 했던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당 밖의 주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그 분들이 결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편애나 구애는 아닐 것이다.”
-안철수 대표와의 만남은 어땠나. 최대한 빨리 합당 추진할 것인가.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라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따로 만나서 이야기한 것이고 대선 주자 차원에서 만난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앞서 협상했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께서 인수인계 해주셨는데, 굉장히 훌륭한 협상을 하셨다. 그 부분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이견은 크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을 하게 되면 지금처럼 할말을 다할 건가.
“청와대 회동에 대해 아직까지 들은 바는 없다. 만나게 되면 잘하시는 부분은 잘한다고 말할 것이다. 다만 부동산이나 세금 문제 같은 경우는 적극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므로 건의를 제대로 하겠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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