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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이슈 5세대 이동통신

통신사-투자사 분할해 새 출범하는 SKT…5G 키우고 공격적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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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통신사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기존 주력 산업인 통신업 위기를 딛고 야심 차게 신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을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매경이코노미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오른쪽 위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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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통신사-투자사로 쪼개기로

▷통신업 강화·하이닉스 M&A가 핵심

SK텔레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통신 기업과 투자 전문 기업으로 나누는 기업분할 계획서를 의결했다. 분할 방식은 인적분할로 비율은 존속회사(통신 기업) 약 0.607, 신설회사(투자 전문 기업) 약 0.392다. 오는 10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주식매매 거래 정지 기간(10월 26일~11월 26일)이 종료되면 11월 29일 존속회사는 변경 상장되고, 신설회사는 재상장된다.

SK텔레콤 인적분할 효과는 크게 2가지다. 통신업 역량 강화와 반도체 사업 투자 확대로 요약된다.

존속회사로 남는 SK텔레콤은 이번 분할을 통해 유무선 통신 사업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진다. 그간 SK텔레콤은 무선 통신 1위 위상을 보유했음에도 지나치게 큰 덩치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업 분야가 확연히 다른 여러 기업을 계열사로 두면서 본업 역량을 키우기 어려웠다. 이번 인적분할로 조직이 ‘슬림화’되는 만큼 통신업과 메타버스, AI(인공지능) 등 신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디지털 인프라 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무선 통신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이 자회사로 남는다.

일례로 통신 사업은 5G 서비스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5G 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1위 사업자 위치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만 깔려 있는 5G 통신망을 2024년 상반기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SK텔레콤은 5G 서비스 가입자 1800만명을 확보, 2025년 무선 사업 매출을 12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신사업으로는 구독경제, 메타버스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우선 교육, 렌털, 식음료(F&B) 등 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 하반기 새로운 구독 마케팅 플랫폼을 활용한 통합형 구독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어느새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 서비스도 본격화한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버추얼 프로덕션(VP) 전문 스튜디오 ‘비브스튜디오스’에 지분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비브스튜디오스는 3D 영상 제작 전문 회사로 가상현실(VR) 영화 ‘볼트’ 시리즈를 비롯해 VR 콘텐츠를 다수 제작해왔다. 현실과 같은 수준의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SK텔레콤은 비브스튜디오스의 기술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적용할 계획이다.

신설 투자 전문 회사는 반도체, ICT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형 지주사’ 형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대표를 맡아 직접 진두지휘한다. 박 사장은 최근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세미나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포트폴리오 성장으로 신설 투자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키울 것이다. 향후 3년간 최대 5조원 재원을 확보, 투자해 26조원인 순자산가치를 2025년 75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회사 신설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은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다.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 체제라 여러 제약이 많았다. SK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 지주사 SK㈜ → SK텔레콤 → 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인 구조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면 그 회사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 SK그룹 내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SK하이닉스가 정작 M&A 시장에 적극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분할로 신설 투자 전문 회사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반도체 투자를 대신할 수 있게 됐다.

당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글로벌 파운드리 제조사 ‘키파운드리’다.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제조 기업으로 SK하이닉스가 지분 49.8%를 보유한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천명한 만큼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본격적인 파운드리 제조 역량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형 반도체를 포함한 혁신 기술에 투자해 반도체 사업을 키운다는 목표다.

이뿐 아니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SK플래닛 등 다양한 기업이 자회사로 편입되는 만큼 자회사 IPO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ADT캡스를 시작으로 원스토어,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계열사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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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효과는

▷주주 진입장벽 낮아져 주가 반등 기대

SK텔레콤은 인적분할과 동시에 5 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추진한다. 액면분할은 주식 한 주를 일정 비율에 따라 여러 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현재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는 액면가 100원인 5주로 바뀐다. SK텔레콤 발행 주식 총수는 7206만143주에서 3억6030만715주로 늘어난다. 소액주주 진입장벽을 낮춰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핵심 사업이 재편되는 데다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SK텔레콤 주가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분할 결정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본다. 증권사들이 줄줄이 목표주가를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SK텔레콤 목표주가로 37만원을, SK증권은 39만원을 제시했다. 흥국증권은 목표치를 43만원으로 높여 잡았다(6월 16일 기준 종가 32만8000원).

무엇보다 신설 투자 회사 기대치가 높다. SK텔레콤 그늘에 가려져 있던 자회사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이익은 38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는데 보안(ADT캡스), 커머스(11번가, SK스토아) 등 신사업 분야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통신 사업에 가려져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자회사 가치가 드러나며 전체 합산 주가는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 존속법인의 경우 올 하반기 선보일 구독형 서비스, 메타버스 등 신사업이 실패하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적잖다.

“시장이 주목하는 구독형, 메타버스 서비스가 나오는 7월까지 SK텔레콤 주가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 가입자 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주가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로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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