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의 비폭력주의 신념을 이유로 현역 입대 거부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 씨의 신념과 신앙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어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 거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정 씨는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입대를 거부하며 재판에 넘겨졌다. 성소수자인 정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획일성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며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게 됐다. 정 씨는 2007년 대학에 입학한 후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며 수요집회·용산참사 관련 시위·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하며 비폭력주의 신념을 키워갔다.
정 씨는 자신의 신념으로 '페미니즘'도 언급했다. 2012년 대학원에 진학한 정 씨는 다양성과 평등을 연구하며 페미니즘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정 씨는 재판과정에서 스스로를 "사회가 정상이나 표준으로 여기는 요소를 주체적으로 탐구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라면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1심은 정 씨의 입영 거부가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정 씨는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다"면서 "정 씨의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가 내면 깊이 자리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전략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은 2018년 11월 여호와의증인 신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사안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군인권센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면서 비폭력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남성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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