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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쇄, 현실화될까…정부 눈치 보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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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무더기 폐쇄’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9월까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마쳐야 하지만 신고 요건이 까다롭다. 핵심은 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② 은행 실명계좌 확보다.

현재 요건을 갖춘 거래소는 많지 않다.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20곳,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은행이 실명계좌 연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약 60개. 이 중에서 1~2곳을 제외하고 모든 거래소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거래소는 물론이고 거래소에 상장한 코인 사업자, 여기에 코인 투자자까지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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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인’ 정리 들어간 거래소

▷업비트·빗썸…‘김치코인’ 무더기 상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래소들은 신고 요건 충족을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잡코인’ 정리다. 상장한 코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심사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상장 코인 개수는 직접적으로 특금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규제를 앞두고 거래소들이 ‘알아서 기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은행 눈치도 보인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평가할 때 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자료로 배포했다.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거래소가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업비트’는 지난 6월, 페이코인(PCI), 마로(MARO)를 비롯한 5개 코인을 상장폐지했고 6월 28일까지 24개 코인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 다른 거래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거래액 2위 빗썸은 최근 4개 코인을, 5위권 거래소인 코인빗은 8개 종목 상폐를 결정하고 28개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프로비트는 전체 코인(365종)의 무려 66%에 해당하는 145종을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코인 사업자와 코인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기존에 보유했던 코인 가치가 사실상 ‘제로’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된 대부분은 이른바 ‘김치코인’이라고 불리는 국내 코인 프로젝트다.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될 경우 해외에서 거래하기도 어렵다. 비난의 화살은 거래소에 꽂힌다. 스스로 ‘심사숙고’했다고는 하지만 일방적인 거래 중단 공고인 탓이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장)는 “상장폐지와 유의 종목 지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거래소가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하는 순간 끝이다. 투자자는 물론이고 선량한 코인 사업자도 피해를 본다.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상장폐지 후 재기하는 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명계좌 연장에 회의적인 은행들

수수료 쥐꼬리…거래소 제휴는 ‘계륵’

잡코인 정리를 끝낸다고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제휴를 맺는 것이 요건 충족의 핵심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회의적이다. 제휴를 맺자니 실익이 크지 않고 금융당국 눈치도 보이기 때문이다.

거래소 제휴로 기대되는 수수료 수익은 대형 시중은행 입장에서 큰 매력이 없다. 케이뱅크가 거래소 제휴로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 1분기 기준 50억41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타 은행 상황은 다르다. 농협은행 약 16억원(빗썸 13억원, 코인원 3억3000만원), 코빗과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이 1억4500만원을 버는 데 그쳤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은 앞으로도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역시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해 얻는 이득보다 떠안는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요즘처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과 거래량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인 투자가 주춤하고 신규 유입 증가세가 꺾인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들어봤자 케이뱅크 같은 수수료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으면 자금세탁 방지 등 챙겨야 할 업무도 많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민이 크다. 김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국장은 “특금법에는 은행이 주관적인 평가를 거쳐 가상자산 거래소를 심사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고가 터질 경우 연대 책임도 지게 돼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섣불리 허가를 내주기에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은행 실명계좌 제휴 진입장벽은 낮추고 이후 당국에서 꼼꼼하게 심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 거래 금지

▷수수료로 얻은 비트코인 현금화 어려워

특금법 관련 논란은 더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이 자신의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거래소 직원이 내부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하거나 자금세탁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취지는 좋지만 문제가 없잖다. 거래소가 코인으로 받은 거래 수수료가 문제가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수료 수익을 자기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없다. 다른 거래소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법인 거래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세금 징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세금으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하지 못하면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계좌 인증을 받지 못하면 원화 거래를 못하고 비트코인 등 다른 코인으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서비스밖에 할 수 없다.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수익이 100이라면 원화 마켓 폐지 이후 수익은 10도 채 안 된다. 그나마 내부 거래 금지가 될 경우 코인 수수료를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은 아예 0원”이라고 한숨 쉬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깐깐한 특금법에 예외 조항을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수용 교수는 “현재 특금법을 그대로 따르면 살아남는 거래소와 국내 코인 사업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블록체인 산업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거래소 스스로 상장 또는 상장폐지 기준을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5호 (2021.06.30~2021.07.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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