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1.6.2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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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 직을 내려놓은지 118일 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 일선의 경험은 없지만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26년의 공직생활을 했다"며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됐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직 검찰총장이 퇴임 후 정계로 직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임기제 도입 후 국회의원을 지낸 검찰총장은 김기춘(22대 검찰총장, 15·16·17대 국회의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도언(26대 검찰총장, 15대 국회의원) 전 의원 두 명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전직 검찰총장은 없었다. 대권에 도전한 사례는 전무하다.
전적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현 정권이 검찰총장을 정계로 내몬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검찰의 수장이 퇴임 후 곧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조직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총장 시절 정부와 각을 세운 것이 조직이 아닌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행위로 의심받을 여지가 있는데다, 정치 검사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전 안동지청장)도 지난 3월 검찰 내부망에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윤 전 총장 사퇴 당시 그를 지지하며 "정치활동을 위해 조직과 권한을 활용했다는 프레임을 통렬히 깨부수어 달라"고 정계 진출을 만류한 바 있다.
반면 윤 전 총장이 현 정권의 검찰개혁에 반발하며 사퇴한 만큼 대선 출마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사퇴 이유 자체가 당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반대였기 때문에 정계 진출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반작용으로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까지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전직 검찰총장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중립성 측면에서 부적절한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현 정권이 먼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해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윤 전 총장을 자극한 면이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검찰을 지나치게 장악하려던 정부의 자업자득이 아닌가 싶다"며 "현 정권의 독선이 윤석열 후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윤 전 총장의 사퇴는 무책임한 정치검사의 모습이었지만 현 정권이 만든 검찰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국가가 얼마나 위기이면 검찰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는 일이 일어나겠냐"면서 "총장 시절 정부와 대립하면서 국가운영에 직접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은데, 대통령은 검찰로서의 리더십이 아닌 국가를 이끌 역량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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