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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남중국해를 감히 中바다로 표시” 베트남, 넷플릭스 드라마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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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호주 첩보물 드라마 '파인갭(Pine Gap)'에서 중국이 임의로 설정한 남중국해 구단선이 등장한 장면/기즈모도 오스트레일리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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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방영 중이던 6부작 넷플릭스 드라마가 극 중 등장한 지도 한 장 때문에 방영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지도에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남중국해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를 본 베트남 국민이 강하게 반발·항의해 드라마 중단을 이끌어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풍 소품과 의상 사용으로 논란이 되자 결국 방영 2회 만에 폐지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베트남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베트남에서 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파인 갭(Pine Gap)’의 방영이 돌연 중단됐다. 파인 갭은 미국과 호주의 공동 위성 감시 시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첩보물이다. 이 드라마에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려고 자의적으로 그은 해상 경계선 ‘구단선’이 표시된 지도가 등장하자 베트남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베트남 방송 당국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넷플릭스 드라마는 모든 베트남 국민을 분노하게 했고,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베트남 측 항의를 받은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의 베트남 내 방영을 중단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에 대한 베트남 정부와 국민의 반발은 갈수록 견고하고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이 홈페이지 지도에 구단선을 표기해 달라는 중국 당국의 요청을 수용하자, 베트남에서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당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H&M은 베트남에서 나가라” “사과하든지, 동남아시아 점포 11개를 폐쇄하라”는 베트남 네티즌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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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선은 1940년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그린 해상 경계선이다. 남중국해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해상 교역 물량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지나는 주요 해상 통로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지역이다. 중국은 이곳에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 시설을 배치하면서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필리핀 등 주변국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충돌해왔다.

구단선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은 어떤 동남아 국가보다 단호하다. 2014년 5월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 석유 개발 사업을 강행하며 심해 시추 장비를 설치하자, 베트남 정부는 해군 함정과 연안 경비 순찰함을 동원해 중국 배를 들이받으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당시 베트남 국민이 대규모 반중 시위를 일으켜 중국인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근로자 3000여 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베트남은 최근 들어 중국이 교묘하게 경제와 문화 영역으로 자신의 주장이 담긴 콘텐츠를 침투시키는 것에 대해 마치 ‘두더지 잡기'하듯 족족 때려잡는 식으로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2019년 호찌민 모터쇼에 전시된 폴크스바겐 차량의 내비게이션 지도에 구단선이 나타나자, 베트남 관세총국은 이 차를 중국에서 수입한 업체에 벌금을 부과하고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같은 해 드림웍스와 중국 제작사인 펄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 ‘어바미너블(Abominable)’에 구단선이 등장하자 상영 전면 취소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한자와 유교 문화 등의 영향을 받았고, 이념적으로도 같은 공산국가지만 역사적으로 감정의 골이 깊다. 베트남이 친중 노선을 취하던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중국이 베트남을 공격하면서 1979년 양국 사이 전쟁이 벌어져 1991년까지 관계가 단절되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다툼으로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지난 4월부터 중국의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민병대 증강에 나서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군사 잡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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