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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건물명 영어로 써라, 옷은 예쁘게” 서울대, 사망 청소 노동자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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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치른 쪽지시험 /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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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A(59)씨가 교내 휴게실에서 사망한 가운데 고인이 학교 측으로부터 ‘직장내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은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고인은 지난달 1일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학교 측의 부당한 갑질과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생활관 안전관리 팀장 B씨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했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감을 줬다. 시험지에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건물의 준공연도를 묻는 문제들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B씨는 근무 질서를 잡겠다는 이유로 청소 노동자 회의를 만들면서 회의 참석 시 옷을 단정하고 예쁘게 입고 오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노동자들이 작업 복장 차림이거나 볼펜이나 수첩을 지참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할 땐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이날 노조는 고인이 과도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조는 “고인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 건물에서 100L 대형 쓰레기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날라야만 했다”면서 “지난달 21일부터 기숙사 측에서 청소 상태를 검열하겠다고 공지한 후 청소 노동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A씨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평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2019년 8월에도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대학 내 한 평 남짓한 휴게공간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노조 등은 서울대에서 반복적으로 산재 사망이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A씨의 죽음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대학 측에 요구했다.

[최혜승 조선NS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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