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사기준 변경해 놓고 심사 직전에야 통보…절차적 위법"
경기교육청 "시대흐름 역행한 판결…항소할 것"
이로써 교육당국은 2019년부터 서울과 부산, 경기지역의 10개 자사고와 이어온 소송에서 전패를 기록하게 됐다.
안산동산고 지정취소 규탄 기자회견 |
수원지법 행정4부(송승우 부장판사)는 8일 학교법인 동산학원이 경기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안산 동산고에 대한 자사고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 및 취소는 5년마다 갱신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원고는 2009년 자사고로 지정돼 2014년 자사고 지위를 유지했고, 5년 뒤인 2019년 이뤄진 심사가 이 사건의 문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2014년 심사 기준과 2019년 심사 기준에 많은 변경이 있었는데, (피고는) 이를 심사 대상 기간 전에 원고가 알 수 있도록 통보해야 했으나, 대상 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심사기준을 변경해 이를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처분기준 사전공표 제도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갱신제의 본질 및 적법절차 원칙에서 도출되는 공정한 심사 요청에도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안산 동산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안산 동산고는 2019년 6월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 70점보다 약 8점이 모자란 62.06점을 받아 경기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처분 통보를 받았다.
[그래픽] 자사고 지정취소 불복 소송 현황 |
같은 시기 부산 해운대고, 서울 8개 자사고(경희·배제·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도 자사고 지정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이에 대해 안산 동산고를 비롯한 10개 자사고는 교육청이 평가 지표를 사전에 변경하고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고, 평가 당시 새로운 평가 지표가 학교 측에 불리하게 만들어져 평가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자사고 지정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서울 8개 자사고의 손을 잇달아 들어줬고, 이날 안산 동산고도 승소 판결을 받아냄으로써 각 교육청은 자사고 관련 소송에서 모두 패배했다. 본안 소송에 앞서 이들 자사고가 낸 가처분 신청도 모두 인용된 바 있다.
조규철 안산 동산고 교장은 "경기도교육청이 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행정력을 소송에 소비하는 것은 교육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CG) |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고교교육 정상화와 미래교육'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결과"라며 "판결이 불공정한 교육 상황과 서열화된 입시 경쟁체제에 면죄부 역할을 함으로써 안산동산고가 학교다운 학교로 발전할 기회를 잃어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자사고 지정평가의 적법성, 평가 결과에 따른 처분의 정당성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며 "교육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법원 판결문을 받는 대로 면밀히 검토하여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정 교육감도 "교육청의 정당한 재량범위를 훼손한 이번 판결 결과에 강력한 유감"이라며 "도교육청은 이번 결과에 굴하지 않고 고교교육 정상화를 통한 고교체제 개편과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실현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승소와 상관없이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위는 2025년 2월까지만 유지된다.
교육부가 전국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2025년 3월 1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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