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재로 탈레반-아프간 대화
…"합의점 찾지 못하고 무산"
아프간 현지선 '탈레반 공포' 번져
지난 4일 아프간 중부 고르 지방에서 민간인 여성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트위터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주말 무장한 수백 명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여성이 ‘반(反) 탈레반’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의 손에는 AK-47 소총뿐만 아니라 로켓추진수류탄(RPG)과 기관총이 들려있었다. 일부는 어린 자식의 손을 잡고 나오기도 했다.
이날 한 시위 참가자는 “총을 들길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서 다들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계속 교육을 받고 폭력과 멀어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도 “일부는 아프간 정부군을 고무시키기 위해서 나왔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여성은 실제 전장으로 나갈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외신들은 “종교색이 강한 아프간에서 일반 여성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아프간 중부 고르 지방에서 민간인 여성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트위터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탈레반은 미군이 당초 철군 시한인 9월 11일보다 2개월 이상 빨리 철수하자 발 빠르게 아프간 점령전에 들어갔다. 반 탈레반 거점 역할을 했던 북동부 바다흐샨 주(州)를 비롯해 전체 421개 지구 중 3분의 1 이상을 점령한 상황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일 아프간 주둔 미군의 90%를 철수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여성 사회에선 ‘탈레반 공포’가 퍼지고 있다. 탈레반은 이슬람 샤리아(종교법)에 따른 지배를 강조한다. 지난 1996∼2001년 집권 당시에도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명예살인 등 기존 악습도 허용했다.
가디언은 이미 “탈레반 점령 지역에는 온몸과 눈까지 천으로 가린 부르카의 착용을 요구하는 전단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특수부대원들과 무장차량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르완주 고르반드 지구에서 탈레반 반군과 대치하는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군의 빠른 철군으로 전투 의지를 상실한 아프간 정부군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탈레반군에 패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북서부 바드기스 주의 지방 수도인 칼라 이 나우(Qala-e-Naw)를 공격하며 첫 지방 정부 공격을 시작했다. 이들은 감옥을 습격해 400명 이상의 수감자들을 풀어주기도 했다.
BBC는 “탈레반과 미군은 당초 철수 조건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관할 지역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합의했지만 탈레반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테러범들이 다시는 서방에 대한 공격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미군 철수는 정당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아프간 중부 고르 지방에서 민간인 여성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트위터 캡처]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7일 수도 테헤란의 외무부 청사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단(왼쪽)과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대표단(오른쪽)을 면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같은 날 이란 관영통신 IRNA에 따르면 탈레반 반정부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대표는 이란 정부의 중재로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을 했다. 이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오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양측 사이에선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 ◇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국제뉴스
알고 싶은 국제뉴스가 있으신가요?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 참여 : jglobal@joongang.co.kr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