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나인코퍼레이션 대표. [사진 = 나인코퍼레이션] |
"100년 후에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 명의 유저만 남을 때까지 살아남는 그런 게임이요."
김재석 나인코퍼레이션 대표(사진)는 "최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들은 게임 수명이 짧아지면서 깊게 몰입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기껏 노력해서 캐릭터 레벨을 올리고, 무기 등 아이템을 구매해두면 서버가 종료되는 일도 허다하다. 분산저장 방식을 고민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2018년 창업한 나인코퍼레이션은 올해 21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회사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게임 엔진 '립플래닛'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게임사는 특정 서버에 게임 이용자가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서버-클라이언트' 모델로 이뤄져 있다"며 "반면 립플래닛을 이용하면 분산저장 방식으로 중앙 서버 없이도 게임을 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직접 만든 '나인 크로니클'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게임 이용자들 한 명 한 명이 게임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나눠 갖고 있어서 이용자가 단 한 명만 남아도 게임이 영구적으로 유지된다.
특히 이 게임은 토큰(골드)을 이용한 보상 시스템 강화로 유저 모두가 게임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키워나가는 등 자생적인 움직임이 벌어진다. 게임 속 화폐인 골드를 채굴하기도 하고,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을 사고팔거나 직접 연계 서비스를 개발해 이용하는 등 모든 활동이 자유롭게 개방된 오픈 소스 형태다.
유저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다양한 가치가 창출된다. 김 대표는 "사전판매했던 골드는 가격이 5배까지 뛰었다. 이 때문에 게임 속 화폐인 '골드'를 채굴하는 사람들도 있고, 게임 커뮤니티의 리드 역할을 하면서 이벤트를 열고 유저들이 게임에 더 잘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골드 보상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태국 유저는 게임 커뮤니티 활동으로 2,500달러를 버는데 또래의 직장인들보다 4배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고 했다"며 "자신의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실직했는데, 집안을 먹여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서버 없는 게임'이 일반화되면 대형 게임 퍼블리셔에 의존하는 게임 제작 형태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보통 대형 게임 퍼블리셔가 제작비, 마케팅비, 초기 투자금까지 지원하는 형태로 게임이 제작되기 때문에 개발사는 철저히 퍼블리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개발사가 원하는 게임의 독창성을 부여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분산저장 형태의 블록체인 게임은 유저 중심으로 개발사에 힘이 실린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공에 많은 개발사가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나인 크로니클'을 매일 수천 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서버가 없는 MMO 게임을 만들고 싶다. 게임이 100년 동안 살아 있다면, 100년 전에 만들어진 무기류 아이템은 정말로 '전설의 검'이 되는 게 아니겠냐"며 "궁극적으로는 게임 속 화폐인 골드로 가치를 창출해 예를 들면 골드를 담보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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