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9160원으로 결정…5.1% 인상
文정부 5년간 16.4%부터 1.5%까지 최저임금 널뛰기
최저임금 둘러싼 대립 격화…신고 처리 50% 폭증
소득주도성장 표방했지만…朴정부보다 낮은 인상률
특히 출범 첫해 16.4%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률과 올해 1.5%라는 역대 최저 인상률이 반복되는 이른바 `널뛰기식 최저임금 정책`으로, 문 정부 스스로 양극화 해소라는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등 을(乙) 간의 대립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끝내 무산됐고 연평균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 평균 인상률인 7.4%에도 미치지 못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한 뒤 위원들과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5년간 널뛰던 최저임금…乙 간 싸움만 키워
13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5.1% 높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주도한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상 사회’로 복귀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올해 들어서면서 경제가 수치상으로 상당히 회복되는 기미가 보였고 글로벌 상황을 봐도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정상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1%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평균은 각각 4.0%, 1.8%로 계산됐다. 이 두 지표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0.7%를 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도출했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 인상은 모두 마무리됐다. 현 정부 임기 5년 간 최저임금은 2690원이 올랐다.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다. 대선 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정부 출범 첫해 최임위가 의결한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인상률은 16.4%에 달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인상률이 10.9%였다.
그러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국내 취업자 수 증가 폭 등 고용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는 등 ‘고용 충격’ 우려가 커지자 경영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확산됐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엇갈린 의견에도 반대 여론에 밀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의지를 꺾었다. 이에 지난해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인상률이 2.9%에 그쳤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을 못 지키게 됐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악의 고용 한파가 찾아오자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다시 한번 고꾸라졌다. 결국 지난해 최임위가 의결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5%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소득주도성장 표방했지만…朴정부보다 낮은 인상률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널뛰기식 최저임금 정책이 양극화를 해소하기보다는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등 이른바 ‘을(乙) 간의 대립’만 늘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근로자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며 사업자를 신고해 시정조치 하거나 또는 형사처벌 등 제재한 사례가 급증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부가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를 접수해 처리한 건수가 290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최저임금이 마지막으로 적용된 2017년(1926건) 대비 50%(975건)늘어난 수치다. 최저임금 이상 지급의무를 위반한 사건 처리 건수는 2859건이었고, 최저임금 주지 의무를 위반한 사건 처리는 42건이었다. 최저임금 규정 위반 신고 처리 건수는 2018년에는 2425건, 2019년에는 2840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신고 처리 건수는 2017년 862건에서 지난해 1264건으로 늘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신고 처리 건수가 2017년 39건에서 지난해 36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세 소상공인과 저임금 근로자 간의 ‘을들의 전쟁’만 격화시켰다는 뜻이다.
아울러 널뛰기식 최저임금 정책의 부작용으로 현 정부의 연평균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의 연평균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가계 임금과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박근혜 정부보다 소득 양극화 해소에도 미흡했다는 뜻이다.
이에 친(親)노동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노동계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로 증폭된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피했다”며 “저(低)임금 노동자의 삶을 외면하는 처사이고 논의 과정 내내 을과 을들의 갈등만 야기한다”고 전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집단 퇴장했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도 현 정부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의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정치권에서 중요한 정책적 약속 중 하나였고,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정책 열망이 강했다”며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초기 2년 최저임금의 인상 의욕에 비해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한 측면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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