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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물건너간 文·스가 정상회담…임기중 관계개선 사실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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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된 것은 정상회담 의제를 둘러싼 좁힐 수 없는 간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일본 수출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독도영유권 분쟁 등 현안을 두고 양국은 막판까지 최소한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문 대통령으로선 여론의 반대에도 정상회담을 고집했다가 자칫 '빈손 회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뒤집어쓸 것을 우려해 방일 카드를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국 정부는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협의를 나눴다"면서도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방일 포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불참으로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

당초 청와대는 적어도 일본 수출규제 등에 있어서 일본의 진전된 입장을 기대해왔다. 일본 내에서도 사실상 '무용론' 논란에 휩싸인 수출규제를 폐지하는 대신 한국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거둬들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원상 복구하는 식으로 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선 양국이 당장 해법을 찾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원론적인 수준에서라도 논의를 재개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지율이 급락한 스가 총리 입장에서 오는 9월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지지층인 보수세력의 반발에 부딪힐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막판 불거진 주한 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 폄훼 발언은 결정타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라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여당 대선후보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송영길 대표 등도 망언을 문제 삼아 일제히 방일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의 방일 포기에 대해 "일한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일관된 입장'을 강조하면서 양국 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긴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일 정상 간 이번이 좋은 기회로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며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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