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3, 4호기(오른쪽 3호기, 왼쪽 4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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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부족에 따른 대정전(블랙아웃)의 위기 앞에서 결국 정부가 손을 벌릴 곳은 원자력발전뿐이었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한계가 분명했고 탄소와 미세먼저를 뿜어내는 석탄화력발전의 가동을 늘리는 건 명분이 없었다. 애초에 탈원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일 수리 중이던 신고리4호기(1400WM)의 가동을 승인했다. 신고리4호기는 지난 5월29일 터빈 및 발전기 부속기기인 '여자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가동을 멈췄다. 원자로 이상이 아닌 발전기 터빈에서 발생한 문제였던 만큼 화재 원인 분석 및 수리가 마무리된 이후엔 발전소 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당초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고리4호기의 가동재개 시점을 7월말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력수급 상황이 나빠지자 19일 긴급 재가동 결정이 내려졌다. 계획예방정비를 마친 월성3호기(700MW)도 23일부터 재가동키로 했다. 앞서 신월성1호기도 예방정비를 마치고 이달 18일부터 계통에 연결돼 전력공급을 하고 있다. 총 3기의 원전이 전력수급 비상시점에 투입된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전날 전남 나주 전력거래소를 찾아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정비 중인 원전을 조기 투입하고 수요관리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전력예비율이 10%를 턱걸이하고 있던 가운데 이뤄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국내 전력수요는 오전 9시35분 8만MW(메가와트)를 돌파했다. 일주일 전인 12일 오후 1시30분(8만981MW)이 돼서야 8만MW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3시간 가량 빨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서 다음주 최대전력수요시 예비력이 4~7.9GW(전력예비율 4.2~8.8%)로 최저예비력 주간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떨어지면 2013년 8월 이후 8년만에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이번 원전 조기투입 결정으로 당국은 전력수급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산업부는 "원전 3기가 재가동될 경우 7월 넷째주에 전주 대비 2150MW의 원전 전력 공급이 추가 확충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총 전력생산량은 피크시기 기준 99.2GW로 한정돼 있다. 발전소를 짧은 시간에 바로 건설할 수 없는 만큼 전력을 마음대로 끌어올릴 수도 없다. 산업부는 주어진 환경 내에서 예비력을 최대한 확보했다. 애초에 피크기간 중 신월성 1호기의 투입은 고려하지 않았다. 원전 계획정비는 인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올해 전력수급 불안은 신고리4호기에서 예상치 않게 발생한 화재에서 기인했다. 올 여름 전력수급계획을 짤때 계산에 없었던 우발상황이다. 애초에 최저 예비전력이 전년 대비 낮게 전망된 이유는 24기 원전 중 7기의 정비가 예정돼 있어서다. 여기에 신고리4호기의 화재까지 겹치면서 총 8기가 정비에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한울1호기 가동 승인이 늦어진 것도 올해 예비력 부족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가동승인을 받아 전력피크 기간 중 투입됐더라면 피크기간 중 예비력은 5.4~9.7GW로 1.4GW 늘어날 수 있었다.
여전히 탈원전의 도그마에 빠져있는 정부·여당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을 급속히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전력수요를 낮춰 잡음으로써 수급 불안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가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원전을 많이 지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전력수요를 예측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치논리에 국가 에너지 대계가 휘둘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 원전은 필요할때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확실한 기저부하 전원"이라며 "태양광이나 풍력은 간헐성 탓에 기저발전으로 활용이 불가능한데, 석탄발전도 하지 않겠다면서 앞으로 늘어날 전력수요를 원전없이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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