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X조선해양 →'케이조선'으로 사명 변경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날 오후, 늦어도 이달 중 회사에 자율협약 종결을 공식 통보할 전망이다. 이달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투자 거래 승인 직후 KHI-유암코 컨소시엄이 STX조선해양에 2500억원의 투자를 완료한 데 따른 것이다.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케이조선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투자거래종결(딜 클로징)에 따라 KHI-유암코 컨소시엄은 산업은행(39.80%), 수출입은행(18.27%), 농협은행(15.32%), 우리은행(7.42%)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아 STX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사측에 따르면 42대 1 수준의 무상감자 직후 이어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KHI-유암코 컨소시엄이 보유하게 된 STX조선해양의 지분율은 97%다.
유암코는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산업은행이 각각 14%, 수출입은행이 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에 참여한 KHI인베스트먼트는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김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엘칸토, 모나리자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산업은행은 작년 11월 KHI-유암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하고, 지난 1월 2500억원 투자유치계약을 체결했다.
STX조선해양은 KHI-유암코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은 데 따라 사명을 ‘주식회사케이조선’으로 바꾼다. 영문명은 ‘K Shipbuilding’이다. KHI의 앞글자 ‘K’에서 따온 것으로 풀이된다. 코리아(Korea)의 K에서 따왔다는 추측도 있다. 오는 28일 케이조선 현판 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시도 28일을 ‘케이조선 기업의 날’로 지정했다. 다음 달 6일까지 기업 주간을 운영하며 창원광장·진해구 주요 도로와 디지털전광판, 버스정보시스템(BIS) 등을 통해 회사 이름을 알릴 계획이다.
◇ 상반기에 연간 수주 목표 달성… “정상화 속도 빨라질 것”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관리 졸업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STX조선해양은 조선업계 호황기였던 2008년까지만 해도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의 조선소였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2008년 연간 매출액은 3조56억원에 영업이익만 94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으로 회사가 휘청이기 시작하더니, 2013년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다.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이듬해 7월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지만, 계속되는 조선업 불황으로 2018년 2차 법정관리 신청 위기에 빠졌다. 2020년 STX조선해양의 연간 매출액은 2869억원, 영업손실액은 669억원이었다.
허성무 경남 창원 시장이 지난 20일 STX조선해양을 방문해 CI(기업로고) 변경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희생이 불가피했다. 2018년 당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벌였다. 희망퇴직 104명, 협력업체로 40명이 떠났다. 남은 직원 500여명도 2018년부터 올해까지 6개월 무급 순환 휴직을 겪었다. 250여명씩 6개월 근무하고 6개월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선박 발주가 멈추면서 다시 한번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측이 희망퇴직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노조에 따르면 당시 노조원인 생산직 510여명 가운데 4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8년 만에 채권단 관리에 벗어나는 STX조선해양은 주력 선종인 중소형 탱커와 가스선의 수주 확대를 바탕으로 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미 상반기에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들로부터 5만톤(t)급 석유화학제품(PC)운반선 8척과 11만5000t급 원유운반선 4척을 수주하면서 올해 수주 목표인 18척을 조기에 달성했다. 옵션분 6척까지 포함하면 수주 목표의 133%를 실현한 셈이다. 하반기 중 수주 목표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크다는 게 STX조선해양의 설명이다. 선박 건조 가격도 오름세다. 올해 초 3500만달러 수준이었던 중소형 가스선은 최근 4000만달러까지 가격이 올랐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커지면서 하반기부터 선박 발주가 대대적으로 나올 전망”이라며 “하반기 중 10여척을 추가 수주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전망하는 만큼 정상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