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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영탁막걸리’ 제조사 측, 영탁·임영웅 관련 상표 무더기 출원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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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막걸리` 홍보 모델 재계약을 놓고 가수 영탁과 갈등을 빚어온 예천양조 측이, 작년초 미스터트롯 방송 기간 이후 최근까지 영탁과 관련한 다른 상표들도 여럿 출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영탁과 함께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가수 임영웅을 연상케 하는 상표도 포함됐다.

27일 특허정보 검색사이트인 키프리스에 의하면 예천양조 안동총판 담당 김모씨 등은 지난해 10월 ’0513′이란 상표를 출원했다. 영탁의 생일은 5월 13일이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동소주 0513′ 디자인을 공개했는데, 생일을 의미하는 케이크와 촛불 등이 그려져 있다. 팬들이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며 자주 사용하는 문구인 “와줘서 고마워”라는 글도 포함되어 있다. 김씨는 0513의 뜻을 묻는 이에게 “마케팅 전략상 약간의 저의가 있다”고 페이스북에서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0616 우리곁愛(0616 우리곁애)`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했다. 0616은 임영웅의 생일인 6월 16일을 이용해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글자다. 임영웅의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홈페이지 주소도 `hero0616`이다.

예천양조가 미스터트롯을 연상케하는 상표를 처음 출원한 것은 작년 1월28일이었다. 출원한 상표명은 ‘영탁', 대상 제품은 막걸리였다. 미스터트롯 방송에서 가수 영탁이 ’막걸리 한잔'이란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된지 5일째 되던 날이었다. 이 상표 출원은 특허청에서 거절됐다. 가수 영탁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예천양조 측은 영탁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자사의 유튜브 광고에 영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 초상권 침해 논란을 빚었지만, 이후 영탁을 `영탁막걸리` 모델로 발탁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예천양조 관계자 김모씨가 영탁 관련 상표 등록 시도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작년 3월 음식점·일반유흥주점 등의 용도로 `영탁주점` 상표를 출원했다. 이 역시 거절됐다. 그해 5월에는 ‘빵'을 대상으로 `영탁`이란 상표를 다시 출원했다가 거절당했다. 같은해 9월에는 영탁막걸리로 만든 ‘찐탁기지떡’을 출시하면서 ‘진탁기지떡’이란 상표를 출원한 상태다.

특허청은 “제조업체가 영탁의 승낙을 받지 못하면 상표를 등록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상표법은 저명한 타인의 성명을 포함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다.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으면 예외로 인정한다. 영탁과 광고 계약을 체결한 건 상표를 `사용`하는 권리를 승낙했다고 볼 수 있지만 상표를 `등록`할 수 있는 권리까지 승인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영탁이 상표등록까지 동의했다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씨 등의 시도는 올해도 계속됐다. 1월 28일과 29일에도 `영탁`을 다시 상표 출원했다. 지난해 출원한 것과 글과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을 뿐 `알코올음료`, `광고성 사업관리업 기업경영업 사무처리업`, `음식료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업` 등 분야로 신청한 것은 동일하다. 예천양조 측은 김씨의 연속된 상표 출원에 대해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영탁막걸리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긍정적인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농업회사법인 예천양조는 2019년 매출액 1억1543만원으로, 3억6371만원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50억1492만원으로 4244.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0억9298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광고 모델 재계약 협상 결렬에 이은 상표권 분쟁이 빚어지면서 진실 공방을 넘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예천양조 측은 “영탁이 상표 관련 현금과 회사 지분 등 3년에 걸쳐 150억원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고, 영탁 측은 “150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해 출시된 `영탁 알밤주`의 경우 영탁 측과 추가 협상 없이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밤주 상표에 등장한 영탁 사진은 기존 `영탁막걸리` 사진에서 색상만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광고 계약 시에는 품목별로 나눠 전속 계약을 하는 광고업계의 일반적인 패턴과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영탁이 현재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피죤의 경우, 작년 말 재계약에서 `피죤`, `액츠` 브랜드와 더불어 `무균무때` 브랜드 전속 모델 계약을 따로 맺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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