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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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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이어 스가…日총리 9년째 8·15 기념사서 가해 책임 무언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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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래 8·15 式辭에서 무언급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선 아예 ‘사죄외교 단절’ 선언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 후 3년 연속 ‘깊은 반성’ 언급

아베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 참배…고이즈미 환경상도

세계일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5일 오전 도쿄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에 있는 전몰자묘원에 헌화했다. 사진은 꽃다발을 들고 전몰자묘원으로 향하는 스가 총리.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에 이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도 태평양전쟁 종전일 기념사에서 주변국에 대한 가해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 식사(式辭)를 통해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처음 사용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승계하면서, 일제의 침략 전쟁 당시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가해 책임이나 전쟁의 교훈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았다.

일본 총리가 종전일 기념사에서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2012년 12월 아베 2차 정권 출범 후 2013년 8·15 이래 9년째다. 반면 즉위 후 세 번째로 8·15 행사에 참석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3년 연속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교도통신이 인공지능(AI) 분석회사인 스크린어드밴스드시스템솔루션즈와 함께 1991년 이후 일본 총리의 8·15 기념사를 계량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아베 2차 정권 출범 후 주변국 가해 책임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일본 총리가 언급하는 희생자 대상에 ‘아시아 근린 제국(이웃 여러 나라)’이 추가된 것은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 때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내각 때는 전후 50년 담화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사람들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통절한 반성의 뜻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아베 정권 이래 일본 정부의 역주행은 해마다 한국 매체등이 지적해왔다. 특히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는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른바 사죄 외교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아베 노선을 승계하는 인물이 총리가 되면 8·15 기념사에서 가해 책임은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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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신사를 또 참배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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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는 이날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 비용을 납부했다. 직접 참배를 자제하고 내각총리대신 명의가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 비용을 납부한 것은 그나마 미국과 주변국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참배했다. 차기 총리 후보군 중 한명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과 아베 전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도 이날 참배를 강행했다. 앞서 13일에는 아베 전 총리 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이 참배했다. 우리 정부는 13일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일본 각료의 참배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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