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 윈저궁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해리 왕손./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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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두 차례 파병됐던 해리(37) 왕손이 아프간 사태에 우려를 표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때”라고 했다고 미국 피플지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가 항복 선언을 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차지하자 해리 왕손이 목소리를 낸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인 해리 왕손은 삼촌 요크 공(포클랜드 전쟁 참전) 이후 25년 만에 실제 전장에 참여했던 영국 왕족이다.
해리 왕손은 이날 상이 군인들이 참여하는 세계 스포츠 행사인 인빅터스(Invictus Games)의 후원자 자격으로 낸 성명에서 “아프간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전 세계의 인빅터스 가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인빅터스에는 아프간 파병 경험이 있는 국가와 군인들이 다수 소속돼 있고, 아프간 선수들도 과거 행사에 참여해 경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빅터스 가족들과 군 관련 단체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미국과 나토군이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아프간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위로를 표한 것이다. 인빅터스는 해리 왕손이 군 복무를 마친 직후인 2014년, 전쟁 또는 군 복무 중 부상으로 장애인이 된 군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만든 상이용사 국제 스포츠 대회다.
해리 왕손이 이날 성명을 낸 이유는 그 자신이 아프간을 탈레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투입됐던 군인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광란의 폭음을 일삼아 ‘파티 왕자(Party Prince)’로 불렸던 해리 왕손은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전사 왕자(Warrior Prince)’로 거듭났다. 10년간의 군 생활 동안 2007∼08년, 2012∼13년 아프간에 파병됐다. 첫 파병 당시엔 탈레반이 절반 이상을 장악한 위험 지역인 헬만드에서 근위기병대 장교로 10주간 비밀리에 복무했다. 두 번째 파병 땐 그가 복무하던 나토군 기지에 탈레반 군인 19명이 침투해 그를 목표로 공격하기도 했다. 해리 왕손은 당시 무사히 대피한 이후 조기 귀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영국 왕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2013년 영국 BBC 인터뷰에선 아프간에서 군 복무 중 아군을 구하기 위해 탈레반 반군을 사살한 적 있다고 밝혔다.
해리 왕손은 지난 6월에도 아프간에서 자행되는 테러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6월 10일 전쟁 때 매설됐던 지뢰를 제거하는 국제적인 비영리 법인 ‘헤일로(HALO) 트러스트’의 회원 10명이 아프간에서 지뢰 제거 도중 외부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야만적 행위에 희생당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에 대한 지원을 호소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왕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해리 왕손과 왕실의 관계는 좋지 못하다. 지난해 1월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할리우드 혼혈 배우 출신 아내 메건 마클과 두 살 아들, 올해 태어난 딸과 함께 미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해리 왕손은 2018년 메건 마클과 결혼한 이후 왕실과 갈등을 빚었고, 지난 3월 아내와 미 CBS에 출연해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해 왕실과의 관계가 악화했다. 피플지는 “해리 왕손이 왕실을 떠난 후에도 멈추지 않는 것은 공익을 위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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