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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1인자 종적 감췄고 2인자는 3명···탈레반 누가 아프간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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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점 아쿤드자다는 소재 불명

2인자 바라다르 20년만에 금의환향

하카니·야쿠브 등 통치구조 속속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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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남서쪽 가즈니 광장에 탈레반 깃발이 꽂혀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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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쿤드자다와 3인방.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정권을 20년 만에 탈환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구성할 새 정부의 조타수로 거론되는 4명이다. 국제 사회는 이들의 면면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내정과 외치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아프간의 미래는 물론이고 세계 안보 지형까지 요동칠 수 있어서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쿤드자다와 3인방을 소개하면서 "이들은 현재 탈레반 최고의 권력자이자, 지난 수십년간 전쟁에서 살아남은 노련한 자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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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통치할 탈레반 지도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아들 자살테러 시킨 1인자 아쿤드자다



현재 탈레반 권력의 정점에는 히바툴라 아쿤드자다(60·추정)가 서 있다. 탈레반 3대 지도자로 1961년생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의 정치·종교·군사 관련 중요 결정을 내리는 최종 권한을 갖고 있다. 2016년 2대 지도자였던 아크타르 만수르가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뒤 내부 권력 다툼에서 승리했다. 다민족 국가인 아프간에서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 출신이다.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인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얼굴없는 지도자' '은둔의 지도자'라 불린다. 전임자였던 만수르가 자금력을 중시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며 즉흥적이었던 것과 정반대다. 뉴욕타임스(NYT)는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끄고 돌연 잠적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인 반면, 아쿤드자다는 교육과 원칙을 중시하고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하며 탈레반 내부 결속을 중시한다"고 보도했다.

또 NYT는 아쿤드자다가 오랫동안 자살 폭탄 테러를 열성적으로 지지해왔다고 전했다. 자신의 아들도 자살 폭탄 테러범으로 훈련시켰을 정도다. 실제로 그의 아들은 2017년 23세 나이로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 게레슈크 지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여 사망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의 아들이 자폭 테러로 사망한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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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리더'로 불린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신앙의 지도자'라고도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같은 강경한 성향에도 아프간 전문가들은 아쿤드자다가 생각보다 실용적 노선을 택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NYT는 탈레반의 학자인 안토니오 주스토치의 발언을 인용해 "아쿤드자다는 전임자에 비해 훨씬 실용적인 성향으로, 탈레반 내에서도 일종의 총리 역할을 맡아왔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아쿤드자다가 미국과의 협상을 허용하고 하급 탈레반 전사들과 관리들에게 좋은 통치와 규율을 통해 지역사회를 장악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가르쳐왔다"고 전했다.

현재 그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냈지만, 탈레반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사실상 대통령' 바라다르, 3인방 중 국제적 입지 탄탄



서열 2위에는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3인방이 자리잡고 있다. 아쿤드자다가 새 정부에서 권력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이들 중 한명이 최고 권력자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53·추정)다. 1968년 아프가니스탄 우루즈간 지방의 위트막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탈레반을 창시한 4명 중 한 명으로, 탈레반의 정치 수장이자 '실질적 지도자'로 불린다. 가디언은 그를 "탈레반이 거둬 온 군사적 승리의 핵심 설계자"라고 평가했다. 2010년 미 중앙정보국(CIA) 작전으로 파키스탄에서 체포돼 8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풀려났다.

탈레반의 주요 정치·외교 행보에는 항상 그가 직접 나섰다. 지난해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아프간 정부와 각각 평화협상을 진행할 때 탈레반 측 대표로 줄곧 바라다르가 참석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자의 첫 직접 대화였다.

지난달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중국 정부가 그를 콕 집어 초대한 것을 두고 외부에서는 그를 사실상 '탈레반 대통령'으로 인식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바라다르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참여해 경제발전에 기여해주기 바란다"며 투자 유치 의욕을 보였다. 이번 카불 함락 후 TV를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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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부장(오른쪽)과 바라다르 탈레반 부지도자. [중국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바라다르는 17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항을 통해 아프간에 입국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전략가 바라다르가 입국함에 따라 조만간 탈레반의 새 통치 체제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BC는 "바라다르가 곧 '이슬라믹 에미레이트 오브 아프가니스탄'으로 선포될 새 정부의 대통령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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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권력의 2인자로 불리는 바라다르가 18일 20년만에 아프간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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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알카에다 연결고리' 시라주딘 하카니



3인방 중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 시라주딘 하카니(40대 후반 추정)다.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게릴라조직(무자헤딘)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로 알려진 잘라루딘 하카니의 아들로, 칼리파(이슬람교 영적 지도자)로 불린다. 탈레반의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끌며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에서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최고위급을 타깃으로 테러를 벌여왔다.

그의 아버지 잘라루딘은 탈레반에서 장관직을 지냈고,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 친구였다. 아들 시라주딘에게 조직운영 능력, 종교적 이데올로기, 강력한 규율 등을 가르쳤다. 시라주딘 하카니 역시 알카에다와 파키스탄 정보부 고위 인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시라주딘 하카니를 '무장된 위험인물'로 규정하고 수배명단에 올렸다. 토마스 조슬린 민주주의보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하카니는 탈레반과 알카에다 사이의 핵심 연결 고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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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에 나타난 잘라루딘 하카니의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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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창시자의 아들 야쿠브, 비교적 온건



탈레반의 창시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무하마드 야쿠브(30대 중반 추정)는 젊은 나이에도 아버지의 후광으로 탈레반 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2000년 군 사령관에 임명됐고 평화협상을 지지한 온건파로 알려졌다. 아쿤드자다가 제3대 탈레반 최고 지도자에 오를 때, 일각에서는 야쿠브를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당시 20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 때문에 불발됐다.

NYT는 "탈레반 창시자의 아들이라는 엄청난 배경을 갖고 있지만 완고한 그의 아버지에 비해 덜 독단적인 성격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슬린 선임연구원은 "야쿠브가 3인방 중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하카니에게 도전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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