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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포용적 국가' 약속한 탈레반, 아프간 깃발 든 시위대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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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19일(현지시간) 이틀째 저항 시위가 열렸다. 탈레반은 ‘포용적 국가’를 세우겠다던 전날의 약속이 무색하게 곧바로 시위대 일부를 사살했다.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아프간 독립기념일을 맞은 이날 동부지역 낭가르하르, 쿠나르, 코스트주 등에서 탈레반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탈레반 대원들이 충돌해 시위대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쿠나르주에 사는 타지불라는 톨로뉴스 인터뷰에서 “시장 한가운데에 우리의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아프간 국기를 게양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지역을 점령할 때마다 관공서에 걸린 국기를 내리고 탈레반 깃발을 꽂아왔는데,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다시 국기를 내건 것이다. 낭가하르주에 사는 아흐마드는 “이 깃발에 내 목숨을 바치겠다”고 톨로뉴스에 말했다.

탈레반은 시위대를 총격으로 진압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이날 낭가르하르주 주도인 잘랄라바드에서 시민 최소 4명이 탈레반이 쏜 총에 맞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쿠나르주 주도 아사다바드에서도 탈레반 대원들이 국기로 덮인 차량을 포격해 시민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아사다바드에 사는 모함메드 살림은 로이터통신에 “시민 수백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압사와 탈레반의 발포로 여러 명이 죽고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이웃 한 명이 합세하는 것을 보고 나도 집에 있는 국기를 들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수도 카불에서도 여성을 포함한 시위대가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일부 시위대는 카불의 압둘 하크 광장 국기게양대에 기어 올라가 탈레반 깃발을 아프간 국기로 교체했다. (▶동영상 바로 가기 : https://twitter.com/i/status/1428304897946968065)

소셜미디어에는 여성들이 총을 든 탈레반 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동영상도 올라왔다. 이 게시물 작성자는 “누구도 여성을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말라.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적었다.

탈레반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포용적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곳곳에서 시민들을 사살하고 있다. AP통신은 탈레반이 전날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 깃발을 떼어낸 남성 등 시위대 3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에는 한 여성이 부르카(얼굴 포함 전신을 가리는 옷)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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