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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반대’ 시위 확산…'탈레반에 무장저항' 정치세력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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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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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8월19일 아프간 국기를 들고 독립기념일을 기념하고 있다. 카불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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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수도 카불을 비롯한 아프간 도시들에서는 19일 아프간 국기를 든 시민들의 행진이 이틀째 이어졌다. 탈레반은 시위대를 향해 총격으로 맞서면서 아프간은 피로 물들었다. 아프간 내부에 축적된 경제 위기와 시민들의 저항이 탈레반 재집권의 안정성에 균열을 낼지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위는 많은 아프간인이 탈레반의 통치를 단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초기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아프간 시민들, 국기 흔들며 “우리의 정체성”

전날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독립기념일 102주년인 19일에도 아프간 전역에서 탈레반에 저항하는 시위가 확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탈레반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도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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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인들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아프간 국기는 탈레반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이 됐다. 카불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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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여성을 포함한 시위대는 아프간 국기를 흔들며 “우리의 깃발,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에서는 시민들이 탈레반 깃발을 찢기도 했다. 탈레반은 이날 동부 아사다바드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2명이 숨지고 최소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카불에서는 20여명이 다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앞서 18일에도 동부 3개 도시(잘랄라바드·후스트·아사다바드)를 비롯해 낭가르하르·쿠나르 등 아프간 내 여러 주에서 탈레반에 저항하는 시위가 열렸다. 잘랄라바드에서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깃발을 내리는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낭가르하르와 후스트 등에서도 탈레반과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해 최소 1명이 사망했다. 탈레반은 후스트 지역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19일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카불 시위 현장에 있었던 시민 임란은 “총격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마치 전쟁터 같았다”면서 다친 시민 2명을 도왔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카불을 점령한 첫날 탈레반은 시민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았지만 점차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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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탈레반 반대 시위에 그리스로 이주한 아프가니스탄인 등이 참여했다. 아테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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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퍼지는 저항의 물결

탈레반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온라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SNS에는 ‘아프간인을 구하라’(#saveafghan), ‘아프간 여성을 구하라’(#saveafghanwomen) 등의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저항의 물결은 아프간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탈레반의 인권 탄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각국에 난민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청 앞에서는 19일 아프간을 위한 철야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네덜란드군이 아프간 주둔 당시 함께 일했던 아프간인들이 위험에 처했다며 난민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의 미 대사관 앞에서도 아프간 난민 60여명이 모여 아프간 시민들을 지지하고 난민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 이민 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아프간 난민·이주 노동자들이 있는 인도 콜카타,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리스 아테네 등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18일 유럽연합(EU) 본부 앞에도 탈레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모였다. 시위에 참여한 아프간 난민과 이주 노동자 등은 EU가 아프간 사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서도 전 아프간 통역사들이 영국군을 도운 자국민들의 대피를 도와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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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2019년 9월5일 아프가니스탄 판지르 주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판지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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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무장저항” 정치세력 등장

탈레반에 저항하려는 정치 세력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아프간 야당 인사들이 아직 탈레반에 장악되지 않은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 모여 2001년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맺은 북방동맹의 기치 아래 무장 저항을 시작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의 전 국방부 장관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를 비롯해 헌법상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암룰라 살레 부통령, 비스밀라 모하마디 국방장관 등이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흐마드 마수드는 18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탈레반에 대한 저항이 시작됐다”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같이 있는 무자헤딘 전사들은 탈레반과 다시 한번 겨루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우리에게는 상관의 항복에 염증을 느낀 아프간 정규군도 있고 전직 특수부대원들도 합류했다”고 말했다. 마수드는 “탈레반은 단지 아프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탈레반 치하에서라면 아프간은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주의의 본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수드 장군은 1980년대 구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무장 게릴라였던 무자헤딘을 이끌고 싸웠다. 아프간 국방장관이 된 그는 탈레반이 부상하자 이들의 이슬람 근본주의에 반대하며 대항했다. 그러다 9·11테러 발생 이틀 전인 2001년 9월 9일(당시 48세) 기자를 가장한 남성들의 폭탄 테러로 암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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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8월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카불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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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내부 불만 분출로 이어질까

탈레반의 시위대 강경 진압은 자신들이 천명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구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18일 “탈출하기 위해 공항에 접근하려는 시민들을 구타하고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는 탈레반의 모습은 이미지를 전환하려는 자신들의 노력을 깎아 먹는 것”이라고 짚었다.

탈레반이 경제적 위기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내부 불만이 분출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미국은 최근 아프간 정부의 외환 계좌를 동결했다. 싱크탱크 해외개발연구소의 컨설턴트 연구원인 그레이엄 스미스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방어하기 위해 곧바로 현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아프간 통화가 평가 절하될 위험이 있어 시민들은 빵을 사 먹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싱크탱크인 위기그룹의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로렐 밀러는 “탈레반이 아편 거래 등으로 확보한 자금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정부를 운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유엔 아프가니스탄 세계식량계획(WFP) 책임자인 메리 엘렌 맥그로티는 “아프간은 수입에 의존하는 내륙 국가로 식량 확보가 어려운데, 최근 가뭄으로 국가 작물의 90% 이상이 손실됐다”며 “믿을 수 없는 규모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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