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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독일선 철로에 사람 밀었대" 아프간 난민 놓고 '자극'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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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국외 탈출을 위해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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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한국 등 미군기지에 수용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온라인에서 찬반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는 이전에 난민을 수용했던 유럽 국가들의 피해 상황을 공유하면서 난민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난민 받지 말아달라” “시위 나설 것”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슬람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가르친 프랑스 교수를 참수한 사건, 독일에 정착한 난민이 독일인 모자를 철로에 밀어 사망하게 한 사건 등 자극적인 사례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여기에는 “무슬림은 종교가 아니라 범죄집단” “난민 받으면 코로나고 뭐고 바로 시위할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난민들이 주한미군 기지에 머무르게 돼도 결국엔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슬람 율법상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난민을 받게 되면) 최대 피해자는 여성”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을 보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왔다. 30대 여성 A씨는 “한국은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 관리도 안 되고 있지 않냐”며 “우리 인권을 우선시하자는 취지에서 자기 방어하는 사람들에게 인종차별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이해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하루도 안 돼 6300명이 동의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한국리서치와 지난해 12월 국내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은 53%, 찬성은 33%로 집계됐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 찬성 비율인 24%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난민 반대’의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64%), 범죄 등 사회문제 우려(57%)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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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앞에서 재한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탈레반 정권으로 넘어간 아프가니스탄 내 가족 구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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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한국 문화 동경한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우리도 전쟁을 겪으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은 민족 아니냐”“지리상 몇만명이 올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본다”면서다.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한 네티즌은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여성으로 뽑은 나라도 여럿 있는 걸로 안다. 아프간에 여성 교육부 장관, 최연소 시장도 있지 않냐”며 “무조건 덮어두고 반발하는 식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반박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우리 정부에 협력했던 난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탈출을 도와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아직 국내에서는 ‘무슬림=테러’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근본주의자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특훈 교수는 난민 수용이 선택이 아닌 기본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난민은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 결실로 생겨났기 때문에 대규모 난민은 일어나긴 힘들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 사람은 받아주는 것이 국제적인 상식이고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3년 전 들어와 소일거리를 도우며 지역 사회에 적응, 정착한 예멘 난민들이 긍정적인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서선영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8년 7월부터 예멘 출신 난민들의 일상 생활공간에서의 참여관찰ㆍ인터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존재’ ‘한국의 시스템을 잘 따르는 존재’가 되기 위해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예멘 난민 수용 당시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지만, 현재 90% 이상이 한국 젊은이들과 일자리가 겹치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잡고 지내고 있다”며 “범죄 소식 없이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소리 없이 동화되어 잘살고 있다. 나라가 안정돼 이들이 조국으로 돌아가면 나라 간 교량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슬람권에서 한국 이미지는 최고다. 드라마 대장금 시청률이 60~70% 차지했고, 요새는 BTS 모르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한류에 열광하고 한국을 동경한다. 적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배척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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