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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현지 직원들이 미국의 철수 방식에 '깊은 낙담'을 느끼고 미국 정부에 배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23일 미 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국 대사관의 아프간 직원들에게 카불 국제공항으로 모이라는 지침이 전달됐다. 음식을 먹어두고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미국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을 장악한 후 아프간에서 임무를 도왔던 시민, 외교부 직원 등 아프간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와 함께 일했다는 이유로 고난과 고통을 겪는 현지 대사관 직원들에게 '특별한 약속'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약속과는 달리 대사관 직원들은 공항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공항 근처 검문소에서 탈레반에게 저지당했다. 탈레반은 이들을 밀치고 때리고 침을 뱉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아이들과 떨어져 거의 잃어버릴 뻔했고, 다른 직원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더위에 지쳐 길에 쓰러진 직원도 있었다.
대사관 직원 중 하나는 공항에 들어가려고 몸싸움을 하느니 "탈레반의 총에 죽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은 "차라리 여기서 존엄과 자부심을 지키며 죽고 싶다"고 절규하기도 했다.
한 대사관 직원은 집에 스프레이로 '표식'이 붙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과거에 심문할 대상자를 구별하는 방법과 똑같았다. 그는 집에서 탈출했지만 역시 공항까지 갈 수는 없었다.
미국은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 적법한 서류를 갖춘 아프간 현지인의 공항 진입을 허용하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탈레반이 현지인의 접근을 막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미군은 23일까지 24시간 동안 카불 공항에서 28대의 항공기로 1만400여 명을 철수시키는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여전히 많은 피난민들이 카불 공항에 남아있다.
미국의 철수 시점인 31일이 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철수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탈레반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YTN PLUS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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