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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금리인상을 기업 구조조정 기회로…좀비기업 연명 지원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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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서울대 경제학부 공동기획 Rebuild Korea ◆

매일경제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국가채무 문제 등과 관련한 대안을 얘기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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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기로에 섰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고속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불거지고,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한편 잇따른 정책 실패와 미·중 갈등, 신보호주의라는 외부변수까지 가세하면서 안팎으로 도전받고 있다. 매일경제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8인과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떻게 정책혁신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며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9월 개소를 앞둔 서울대 한국경제혁신센터와 경제학부 김예준·윤서영 학생이 도움을 줬다.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국제결제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3.8%로 43개 국가 중 7위다. 여기에는 전세나 월세 보증금이 빠져 있다. 이는 GDP의 40% 선으로 추정된다. 이것까지 합산하면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스위스보다 더 높아진다.

―가계대출 문제가 금융위기로 커질 가능성은.

▷자산가격 거품이 터져서 생기는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그동안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게 가져가는 정책을 펼쳐서 현재보다 자산가격이 20~30% 하락해도 상환 불능이 될 위험은 크지 않다.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담보가치가 상승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나간 대출이다. MZ세대가 2금융권을 이용해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이들 자산이 급락하면 당장 2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가격 거품에 어떻게 대응을.

▷기준금리 인상이 중요한 수단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 저금리가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는 소진됐고 오히려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중에 현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축소를 명분으로 대출을 중단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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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문제가 커지면 자산가격 거품 등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규제를 사용해 관리한다. 통화정책은 '무딘 칼'로 불린다. 정책의 대상과 파급효과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 쪽의 돈 흐름을 막겠다, 기업 쪽을 막겠다, 특정 자산에 돈이 가는 것을 막겠다 등으로 정책을 쓸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시건전성 규제도 폭넓게 사용된다. 이는 주로 금융규제로 이어진다. 정부가 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꾸준히 강화하는 것은 거시건전성 규제의 일환이다. 문제는 거시건전성 규제의 실효성이다. '무딘 칼'이더라도 지금처럼 자산가격 거품이 심한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부작용은 없나.

▷한은 금통위는 올해 한 번, 내년 초 한 번 해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번 올려 1%로 끌어올릴 것 같다. 이 정도 금리가 오르게 되면 한계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당수 한계기업에 대해 정부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유예해줬다. 그래서 우량기업과 한계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없어졌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계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기업에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정책자금을 쏟아부어 연명시켜 봐야 국가 경제에 도움은 안 되고 '좀비기업'만 양산하는 꼴이 된다. 기준금리 인상이나 대출규제에 따른 선량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이 협업해야 한다. 금융위와 한은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금리 인상에 따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 또 강압적인 대출 중단은 생계형 대출마저 막아버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대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책의 유연성을 가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계기업이 퇴출되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나.

▷새로운 기업이 고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기존 인력을 재교육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와 앞으로 퇴직이 예상되는 X세대 등이 디지털 시대에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재교육을 해줘야 한다.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단기공공일자리 같은 것에 돈 쓰지 말고 디지털 재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44.2% 수준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D1을 말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는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채무인 D2로 국가 간 비교를 한다. D2 추정값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8.4%에 달한다. 미국은 D2 기준으로 국가부채가 계속 60%를 유지하다가 조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증하기 시작해 지금은 130%까지 치솟았다. 일부에서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국가채무 수준이 낮다고 하는데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OECD 37개 국가 중에서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는 23개국으로 전체 회원국의 62%가 이에 해당한다. 단순평균으로 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은 95.8%지만 비기축통화국은 53.3%에 불과하다.

―국가채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염려되는 부분은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가채무 증가 폭은 16.6%포인트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2025년에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D2 기준으로 65%에 육박한다. 지난해에 제출된 전망을 보면 20년 후 국가채무 비율이 90%를 웃돌게 된다. 국가채무를 줄이려면 재정수입(세수)과 재정지출(세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재정균형은 세수만큼 쓰면 되는 것이다. 100원 벌어 100원 쓰는 것이다. 100원 벌었는데 120원을 쓰면 채무가 늘어난다. 20원의 조달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채 발행이다. 이는 미래 세대가 갚으라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본원통화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가가 오른다. 그래서 국가채무를 줄이려면 20원 조달비용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거둬야 한다. 즉 국채를 통해 20원을 조달했다면 국채조달금리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된다. 결국 재정지출 줄이기에 나서든지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곳, 효율성을 높이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

"가상화폐, 가치저장 수단으로 기능…국가주도 CBDC는 유통에 한계"


―가상화폐가 현재의 화폐를 대체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나.

▷중앙은행이 화폐 주조를 통해 생기는 막대한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가 현재 화폐를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금처럼 일정 부분 가치를 저장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이 신뢰하는 재화는 가치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오일이다. 오일의 기능이 발견되면서 토양을 오염시키는 물질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가치가 바뀌었다. 우리가 선호도와 신뢰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해당 재화의 가치는 오르게 된다.

―중앙은행이 중심이 된 디지털화폐(CBDC)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CBDC가 발행되면 기존 화폐의 기능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가치 축적 기능을 할 것인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중국이 CBDC에 적극적인데 이는 미국 달러 중심인 통화 체제를 중국 위안화가 대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누리는 데 중요한 부분이 오일인데, 최근 오일 거래가 줄면서 달러 지위 또한 약화되는 것이 중국의 야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CBDC는 발행하는 순간부터 사용 내역을 정부가 다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엄청난 빅브러더가 생기는 것이다.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에 철두철미한 미국이나 서구에서는 CBDC 발행과 활발한 유통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미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우선 거래소와 코스닥의 상장위원회처럼 코인 상장을 제대로 처리하는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 또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처럼 불공정 거래가 없는지 실시간 분석하는 기구도 필요하다. 이는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사업자 신고를 한 거래소를 중심으로 공동으로 기구를 만들어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가져가면 좋다. 세 번째는 자금 세탁을 감시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화폐 거래소의 상세한 자료가 보고돼야 한다.

▶▶안 교수는…

△1964년생 △1990년 고려대 경영학 학·석사 △1996년 美 뉴욕대 경영학 박사 △2002년 美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 부교수 △2004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 △2016~2018년 자본시장연구원장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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