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 친구들이 1심 재판이 열리던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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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2부(부장 원정숙)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권고 형량의 최대치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키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김씨에게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의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다 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쩡이린(曾以琳·28)씨를 치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제한 속도가 50km인 도로에서 시속 80km로 달렸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79%였다. 운전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쩡씨는 과다 출혈 등으로 현장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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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씨 부모 “강력한 처벌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 23만여명 동의
국내 대학 신학과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쩡씨는 사고 직전 교수와 면담을 한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사건은 같은 달 23일 숨진 쩡씨의 아버지 쩡칭후이(曾慶暉)씨가 딸의 한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23만여명이 동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란 제목의 글이었다.
“28살의 젊고 유망한 청년이 횡단보도의 초록색 신호에 맞추어 길을 건너는 도중,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손써볼 겨를도 없이 사망하였습니다. 제 절친한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그녀는 한국에 온지 5년 돼가는 외국인 친구였고 그 누구보다 본인의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랬던 친구가 만취한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여느 젊은 청년이 누릴 수 있었던 앞으로의 수많은 기회와 꿈을 강제로 박탈당하였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짧게 한국에 방문한 친구의 부모님이 들었던 건 ‘사연은 안타깝지만 가해자가 음주인 상태에선 오히려 처벌이 경감될 수 있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쩡씨 아버지와 친구들은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 행위이며 다른 범죄보다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엄한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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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안좋으면 더 주의해야 하는 데 음주” 1심 형량 최대치 8년 선고
가해자 김씨는 2012년과 2017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교정용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가 시야가 흐려지는 바람에 쩡이린씨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1심은 “피해자가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비극적 결과가 초래했고 해외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유족들의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며 “시력이 좋지 않다면 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술까지 마시고 운전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보다 높은 형량이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8년은 위험운전치사죄 권고 형량 가운데 최대 형량이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 이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한 위험운전치사죄 기본 형량은 징역 2년에서 5년이지만, 가중처벌 요인이 있으면 양형기준은 징역 4년에서 8년까지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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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뒤늦게 사죄 편지 보냈지만 양형 조건 변화 없다” 항소 기각
김씨는 선고 후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하고 합당한 처벌을 바라고 있어 양형 조건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친구인 박선규씨는 취재진에게 “항소를 한 것도 유족과 친구들로서는 굉장히 힘들었던 부분이었다”며 “재판부가 정확히 형을 내려주고 항소를 기각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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