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원유 생산시설인 소로시 유전에서 이란 국기 너머로 가스 화염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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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 최근 이란을 통해 연료 수입을 재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란과 탈레반 정권이 상부상조로 결탁하며 국제 제재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SJ는 25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연료 거래업자들과 전직 미 관리들을 통해 이란이 이번 주부터 아프간에 연료 수출을 재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석유 제품을 육로로 실어오는 아프간 서부 헤라트 등 접경지대에는 하루 약 500만 달러(약 58억 4000만원) 규모의 석유 제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올초 거래량을 회복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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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폭등 아프간, 이란 통해 숨통
지난 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모습. 석유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아프간은 정제유 수입이 막히면서 휘발유 가격이 t당 900달러까지 올랐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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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공습으로 인한 혼란으로 휘발유 가격이 t당 900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아프간에는 단 여섯 곳의 소형 정제소만 있고, 하루에 수천 배럴의 정제유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탈레반은 이란 등 인접국에 휘발유ㆍ경유ㆍLPG 공급을 요청하면서 관세를 70%까지 인하하겠다고 제안했다. WSJ는 미국의 전방위 제재로 달러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란 정부로서는 탈레반을 통해 달러 융통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전했다. 아프간 접경 지역의 연료 무역은 주로 현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란에 달러 유입도 가능하다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2018년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전세계 석유 대금 계좌가 동결됐고, 수출도 크게 감소했다. 달러 부족으로 이란 리얄화 가치는 지난 3년 간 8분의 1까지 떨어지고, 소비자 물가지수는 50%까지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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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마약 밀매로 달러 확보할 것"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서부지역 헤라트로 연료 탱커들이 줄지어 가고 있다. 이란과 아프간은 연료 거래를 육로를 통해 주로 한다. 이란의 현금(달러) 융통에 주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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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시중은행인 멜리은행은 아프간 지점에 석유 대금 예치 계좌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란 석유ㆍ가스 ㆍ석유화학수출연합회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WSJ에 “아프간 지점이 환전소처럼 달러를 송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이 거래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외부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두 나라의 거래는 국제 금융 제재망을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이슬람교의 수니파가 중심이 된 무장세력이고, 이란은 중동의 대표적인 시아파 국가다. 종파가 다른 두 세력이 미국의 제재 앞에 밀착하게 된 셈이다.
아프간의 해외 돈줄을 막아 탈레반 정권을 압박하려던 미국 입장에선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탈레반의 달러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아프간으로 수송될 예정이었던 대규모 달러 선적은 중단됐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아프간에 배정했던 코로나19 특별인출금(SDR)에 대한 접근도 차단됐다.
반면 이란은 탈레반이 해외 마약 밀매로 달러를 대량 확보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이란 석유수출연합회 호세이니 대변인은 “탈레반은 ‘알 피운(페르시아어로 아편)’으로 수십억 달러를 수출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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