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500억 횡령 의혹'이 가짜뉴스라던 이상직은 '징벌적 손배제'를 적극 주장했다 [與, 언론중재법 갈림길]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與 ‘언론재갈법’ 졸속 심사 논란

‘징벌적 손배제’ 1년여 논의 미루다… 두 달 만에 ‘뚝딱 처리’

5월 김용민 위원장 선임 뒤 급물살

6월 첫 보고 뒤 군사작전 하듯 처리

靑 입장 안 냈지만 우려 분위기 많아

국내외 비판에 與 “법안 2020년에 내

소위서만 5번 토론·공청회도” 반론

국민의힘, ‘탈레반·괴벨스’ 비유 공세

세계일보

서로 다른 곳 보는 與野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오른쪽)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본회의 의사 일정 관련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을 두고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법안 논의는 졸속 심의를 거듭했다. 민주당은 “악법 개정을 막아야 한다”는 국내외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법안 내용을 일부 수정했지만, 당 내부에선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 당정 간 엇박자 분위기도 읽힌다. 결국 당 내, 당정 간에도 신중한 논의 없이 강성 의원과 지도부 주도하에 구색맞추기식 협의만을 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MBC 아나운서 출신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29일 통화에서 국내외 언론의 졸속 논의 비판에 대해 “우리가 법안을 작년부터 냈다. 소위에서만 5번 토론을 거쳤고 공청회도 했다”면서 “법안에 대한 숙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안 처리가 싫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독소조항들은 지난 6월 이후에야 본격 논의가 시작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원회 당시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신중했다. 이상직 의원만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적극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이스타항공 500억원 횡령·배임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논란으로 당을 탈당했던 이 의원은 지난 5월 이스타항공 회삿돈 555억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언론중재법은 지난 5월 말 당내 강성 김용민 최고위원이 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미디어특위는 지난 6월 17일 첫 보고회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도 “고의로 악의에 찬 허위사실을 보도한 경우에는 단순한 민법상의 상당한 인과관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는 불충분하다”며 가세했다.

세계일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송영길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지난달 27일 문체위 법안소위와 지난 18일 안건조정위에서의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알박기’, 19일 전체회의 단독처리에 이어 25일 새벽 법사위 단독처리까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전광석화처럼 법안을 처리했다. ‘입법독주’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당 안팎은 물론 국외에서도 우려가 일자 지난 27일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언론중재법이 외신에도 적용되는지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 유권해석과 정반대 답변을 내놓았다. 김용민 의원은 “법 해석상 언론 등에 외신도 포함된다고 보는데 문체부가 다른 안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체부의 유권해석처럼 외신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최종 해석될 경우 추가 보완 입법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특위에서 아직 그 부분까지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7일 방송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국회의 영역에 관한 문제”라며 “청와대가 왈가왈부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사안에 청와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을 내세운 것이다. 다만 수면 아래에선 우려 분위기도 적잖게 관측된다. 현 정부 임기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굳이 강행 처리를 해야 하느냐는 시선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그런 우려가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이 지난 26일 송 대표와 만난 것을 두고 관련 우려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일보

홍준표, 청와대앞 1인시위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9일 청와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수순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에 비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를 자임해온 장성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론중재법은 양의 탈을 쓴 ‘괴벨스법’”이라며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김석기 의원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민의도, 법치도, 협치도 무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탈레반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장혜진, 이도형, 김현우 기자 janghj@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