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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9살, 나도 아프간 난민이었다” 난민 구하러 돌아온 美부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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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난민들로 빽빽이 채워진 미 군용 수송기, 항공기 외부에라도 매달리기 위해 절박하게 뜀박질하는 사람들,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군인들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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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나이티드항공 부기장으로 아프간 난민 수송에 참여하게 자크 코우쟈니가 NBC방송과 인터뷰 하고있다. [NBC뉴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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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처참히 바라본 이 장면에서 자신의 유소년 시절을 떠올린 한 남성이 있다. 수십 년 전 부모의 손을 잡고 아프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난민 출신 미국인 자크 코우쟈니다. 당시 9살 소년이었던 그는 어느덧 중년이 됐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직접 난민 구조에 나섰다.

지난 28일 아프간 피난민 수송 작전에 투입된 코우쟈니의 솔직한 고백이 전 세계 네티즌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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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미 수송기 C-17이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려 하자 수백명의 아프간인들이 비행기를 따라 뛰고 있다. 일부는 비행기 외부에 매달렸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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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나이티드항공 부기장인 코우쟈니는 이날 새벽 1시 15분, 독일 남서부 람슈타인에 위치한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셀프 영상 하나를 찍었다. 미국으로 건너갈 아프간 사람들과 만나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는 영상에서 “나는 승객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목이 메인다”면서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험난한 여정을 겪었는지, 그들이 직면한 불확실성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온 마음을 다해 이들을 안전히 대피시키겠다. 그들을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로 데리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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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독일 램스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아프간 난민을 태우기 전 소감을 영상으로 전한 자크 코우쟈니. [유나이티드항공 트위터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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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서 그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의 진솔한 감정이 담긴 이 영상은 네티즌에게 난민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줬고, “진정한 영웅”이라는 응원이 이어졌다.

유나이티드항공에 따르면 코우쟈니는 지난 22일 유나이티드항공이 아프간 난민 수송 작전에 투입됐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먼저 자원봉사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그는 지원서에서 “나는 아프간의 뿌리이자, 미국 시민권자이자, 유나이티드 항공의 직원이자, 한 아들의 아버지로서 아프간 난민을 구출할 의무와 명예가 있다”며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항공사 측은 그의 간곡한 당부를 받아들여 그를 조종석 대신 기내에 배치했다. 아프간 난민의 통역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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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코우쟈니가 아프간 난민 수송 작전을 위해 제출한 자원봉사 지원서 [유나이티드항공 트위터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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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대피자 한 명까지 미국에 안전히 도착할 때까지 이 임무는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인들을 향해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망명한 아프간 피난민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좋은 이웃, 좋은 시민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27일 기준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는 약 1만8700명의 아프간 사람들이 대피해 있다. 미정부는 약 76대의 미군 항공기를 비롯해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4100명 이상의 피난민을 실어날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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