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1000조원·실제 비용 수조 달러 투입에도 '참담한 패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테러로 숨진 13명의 미군 유해 귀환식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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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프가니스탄 현지 시간으로 2021년 8월 30일 오후 11시 59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한 최종 시한을 1분 앞두고 마지막 미군 병력을 태운 수송기(C-17)가 카불 공항에서 이륙했다.
2001년 10월 7일 미국과 영국 군의 '항구적 자유 작전(OEF, 테러와의 전쟁)' 개시 이후 20년에 걸쳐 이어진 미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미국 동부 시간) 끝내 마지막 수송기에 올라타지 못한 200명 안팎의 미국인과 수만 명의 아프간 조력자들에 주목하며, 미국 정부가 받게 될 전쟁 청구서를 조명했다.
◇'천문학적' 인명·물적 피해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지만 아프간 전쟁은 오랜 기간 '잊힌 전쟁'에 불과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과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부상 등의 이슈에 가려졌다. 그러는 사이 아프간에서는 지난주 숨진 미 해병 등 13명을 포함해 미군 총 2461명이 희생됐다.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마지막 미군 비행기가 이륙한 뒤 밤 하늘에 축포가 발사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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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현지인의 희생은 몇 곱절 많다. 브라운대 전쟁 비용 프로젝트팀 분석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 군·경 6만9000여 명과 현지 민간인 약 4만7000명이 이번 전쟁 기간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전이 최고조에 달한 건 2010년. 미군 주둔 병력이 10만 명을 넘었다. 이듬해 오바마 정부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하고 있던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다. 아프간 침공의 중요한 명분이 일단락된 셈이다.
미국 정부 지출 추산치에 따르면 아프간 전쟁에 쓰인 세금은 8249억 달러(약 956조 원)에 이른다. 매달 34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가 투입된다는 얘기다. 브라운대 전쟁 비용 프로젝트팀은 참전 군인 간호·치료 등 모든 비용을 총합하면 수조 달러가 훌쩍 넘어간다고 추정하고 있다.
◇'굴욕적' 철군 패배감
2021년 8월 15일 아프간 정부와 군이 붕괴되면서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무혈 입성했다. 미군과 다국적 구호기구와 비정부기구(NGO), 건설업체 등 다수 기관이 합심해 미군으로부터 훈련 받은 정예 보안군 30만여 명이 방어하는 민주국가 건설에 매진한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미군 철수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6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가니 대통령은 두 달 후인 8월 15일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가시화되자 도주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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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이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여 만에 속절없이 무너진 아프간 정부의 최후는 '참담한 패배'를 의미한다고 WSJ는 일갈했다. 이때부터 미군과 유럽 병력은 자국민과 현지인 조력자 대피를 본격화하며 쫓기듯 철군 작업을 서두르게 된다.
미군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작전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 26일 카불 공항 애비 게이트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 폭탄 테러로 탈출 인파를 돕던 미 해병 11명, 병사 1명, 선원 1명 등 총 13명의 목숨이 스러졌다. 민간인 피해는 170여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공격 위협은 철군 마지막 시점까지 계속됐다. 지난 29일에는 카불 공항으로 로켓포 5발이 발사됐다. 이 중 1발은 미군 방어시스템에 요격됐고, 3발은 공항 밖에 떨어졌으며, 다른 1발은 공항 내부에 떨어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미군은 1차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7일 나가하르주 IS-K 근거지에 드론 공습을 감행, IS-K 고위급 지도자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로켓포 공격 직후 추가 자살 폭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 드론 공습을 감행했지만, 타깃 차량을 폭파하는 것 외에 애꿏게도 무고한 민간인 일가족 10명이 희생됐다. 미 언론에 따르면 희생자 중엔 두 살배기와 세 살, 네 살 배기도 있어 미국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됐다.
30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파손된 주택가 차량 주변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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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아프간 재건 특별 검찰관(Sigar)은 최근 발표한 아프간 주둔 대차대조표에서 "미국의 안보 이해에 거의 위협이 되지 않고 스스로 버텨낼 수 있던 국가를 재건한 뒤 남겨두고 떠나는 게 목적이었다면, 아프간의 전체 그림은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프간 기대 여명, 아동 사망률, 문해율 등 부문에서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는 주된 의문은 '아프간인들이 미국의 투자에 상응했는지, 그도 아니면 미국 철수 이후에도 지속가능했는지 여부'"라면서 "둘 다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다음날인 지난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군의 아프간 주둔 목적은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막는 것이지, 국가 건설이나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은 자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공격을 막지도, 아프간에 국가를 건설하지도 못한 셈이다.
◇정치적 책임 소재 '불분명'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는 아프간 철수 결정에 찬성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카불 공항에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ABC뉴스·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59%가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상황 처리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선 55%였던 찬성 응답이 38%로 급감한 것이다.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초당적 인프라 법안과 3조5000억 달러 예산안으로 '경제' 분야 업적을 선전하려던 민주당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빚은 혼란은 바이든 대통령의 입법 의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WSJ는 전했다.
공화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나누지 않은 채 공세를 이어가려는 모양새다. 현재 민주·양당 의원들이 아프간 사태 관련 청문회 개최를 벼르는 가운데, 공화당은 내달 중순 의회가 재개하는 대로 청문회를 열자고 요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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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모든 (아프간내) 미국인을 안전하게 귀환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후 24일 연설을 통해서는 31일 철군 시한 고수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철군 시한은 지켜졌지만 모든 미국인 귀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현지 시간으로 31일 오후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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